[유창선 시사평론가]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함께 통합의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나라 전체가 분열과 갈등 속에 갇히게 되었던 조국 사태 이래로 편가르기에 따른 분열의 폐해는 두고두고 국가적 상처로 남게 되었다.

그 모든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라를 책임진 지도자라면 어떻게든 국민들 사이의 분열과 반목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권한 이후로 줄곧 지지자들의 대통령이기는 했지만, 국민 전체를 껴안는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인사에서부터 정책과 정치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상대의 것은 배척하고 자기 진영의 요구만을 우선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인재의 등용은 국가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내 편’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했고,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실패도 공급 없는 규제와 징벌적 세금으로 시장을 다스릴 수 있다는 무지한 신념에 갇힌 결과였다.

진영의 정치를 넘어설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기는 고사하고 대통령 자신이 그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인 데서 문재인 정부 5년의 불행은 잉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집단이건 일단 속하고 나면 우리의 정체성은 희한하게도 그 집단에 단단하게 고착된다”고 에이미 추아(Amy Chua)가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했던 분석에서 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덧 다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시간이 이제 4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불안하고 유감스러운 것은 진영 간의 대결을 넘어설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다짐이 아직 미약하기만 한 광경 때문이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계속되었던 편가르기 이분법을 계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우리’와 ‘저들’을 나누고 가르는 선명한 이분법의 사이다 정치를 통해 여당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른 것이 이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가 빈번하게 사용해온 말들은 뿌리뽑겠다, 기득권, 부패세력, 징벌적 과세, 부자 대 서민 같은 용어들이었다. 기본적으로 ‘아’와 ‘피아를 가르며 우리는 정의롭고, 저들은 불의하다는 사고가 깔려있음을 읽을 수 있다.

바로 그런 편가르기에 갇혀 있다가 문재인 정부가 민심이반을 낳고 말았는데,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방식을 오히려 더 과격하게 밀어붙이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당 경선 과정에서는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그런 노선이 불가피했더라도, 본선에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먹기 위해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 후보는 계속 사이다 노선을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위기 상황을 맞게 되자, 비로소 이 후보는 “저부터 변하겠다”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유연한 모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를 가두었던 대장동 의혹 특검도 수용하고, 갈등을 낳았던 전국민재난지원금 요구도 철회했다. “이재명은 합니다”만 내세워 여론에 맞서지 않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사이다 정치에 깔려 있던 이분법적인 편가르기 사고까지 달라지기는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정치를 지탱해온 대들보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긴 여러 한계들을 넘어서야 할 책임이 있는 여당의 후보이기에, 그가 과연 통합의 리더십을 고민하는 후보인지를 계속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민통합의 과제를 강조하고 있는 편이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문 정권은 이 나라를 이념으로, 국민 편가르기로 분열시켰다”면서 자신은 “국민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진보의 대한민국,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그리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하여 국민통합을 추진하는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겼다. ‘합리적 진보와 중도 모두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윤 후보의 설명이다.

선거용이든 아니든, 유력 대선 후보의 입에서 국민통합을 중시하는 말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윤 후보도 만약 집권할 경우 자신이 했던 말대로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국민통합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그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지금 윤 후보가 서있는 위치를 보면 그 또한 진영의 굴레에 갇히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동안 윤 후보 주위에 함께했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과거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시절의 정치인들이었다. 과오가 없었고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보수냐 진보냐를 따질 일이 아니지만, 실패했던 정권의 인물들만 모인 한복판에 윤석열이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정부일까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도 양대 진영 간의 대결로 굳어져 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윤석열 간의 대결만 시야에 들어올 뿐, 심상정-안철수-김동연 같은 다른 후보들은 큰 변수가 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워낙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 사이에서의 양자택일 요구가 강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이 낳을 분열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상대를 악마처럼 몰아가는 네거티브로 점철된 증오의 선거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5년을 살게 할까. 여야 어느 진영이 아닌 나라의 앞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갖게 되는 질문이다.

그런 우려 가득한 질문에 대선 후보들이 좀 더 믿을 수 있는 다짐을 해주기 바란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진영에 기대는 비겁한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고 말이다. 진영간 대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다짐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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