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e경영]⑫ “회의는 간략하게, 상사는 자기 말 줄이고 부하 말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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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11-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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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현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공개 방송을 통해 자신의 경영론을 펼친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금주의 클래스e' 특강을 통해서다. 본지 아주경제신문은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월~목 방영하는 그의 특강을 방송 익일 지상중계한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정신을 다져온 권 고문의 경영 철학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혜안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건전한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마지막으로 ‘소통과 신뢰’의 조직을 만들기 위한 해법을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의 리더들, 즉 상사가 부하 직원의 말을 항상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상임고문은 지난 4일 방영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TV ‘클래스e’ 특강에서 미래를 위한 리더의 책무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건으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필요조건은 ‘소통’이며 충분조건은 ‘신뢰’라고 밝혔다.

그는 소통하는 기업을 만들려면 가장 먼저 ‘회의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권 상임고문은 “여러 기업을 방문해 보면 회사 엘리베이터 등에 ‘회의 문화를 개선합시다’라는 캠페인성 표어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건 제가 처음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그랬다. 십수년이 지나도록 회의 문화를 바꾸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 상임고문은 무엇보다 회의를 간략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취하느라 남의 것을 모방하기 위해 많은 정보가 필요했고, 그러다보니 현재 얘기보다는 과거 얘기 다른 회사 얘기를 하느라 회의 시간을 소비했다”라며 “실제로 지금도 많은 회의 자료를 보면 전체의 80~90%, 심한 경우는 100%가 몇 달 전 이야기이고 지난주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이는 회의를 위한 회의일 뿐, 미래지향적인 회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미래지향적인 회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권 상임고문은 “상사들이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회의 자료는 간략하게 만들고 지시보다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기업 대부분의 회의는 상사가 80~90% 말하고 지시하고 끝을 내는 경우가 많다”라며 “훌륭한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해법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의 시간도 정시에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상사들은 자신의 스케줄 문제로 회의 직전에 회의 시간을 한 두 시간 뒤로 늦추고 하는데 이는 나머지 직원들의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일”이라며 “또 일단 회의를 시작했으면 정해진 시간 내 끝내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클래스e'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EBS2 방송 갈무리]


권 상임고문은 특히 상사가 부하 직원과 소통을 잘하려면 ‘경청과 대화’를 습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회사의 리더나 상사들은 자신들이 소통을 잘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대부분 착각”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말만 많이 하고, 부하 직원들의 말을 거의 듣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듣기(Hearing)와 말하기(Speaking) 방식의 소통에 익숙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반면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경청(Listening)과 대화(Talking)’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요즘 MZ세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CEO들을 많이 만나는데, 나이로 따지면 그들의 자식들과 비슷한 연배”라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결국 집에서도 자식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위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먼저 그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 상임고문은 경청과 대화에 기반한 소통을 이끄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그것은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 즉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맡겨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당신이 한번 해보라고 일을 맡기면 처음에는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해보다가 어느 순간 모두 벽에 부딪히게 된다”며 “이때 자신보다 노하우를 가진 상사를 찾아가 질문하고 해법을 묻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그렇게 상사와 소통하게 되고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하 직원에게 권한 위임을 많이 하면 상사는 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편하게 되고, 부하 직원도 책임감을 느끼고 신이 나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기업들이 ‘고객은 왕’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데, 사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임직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임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면 이제는 기업도 지속가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권 상임고문은 “기업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임직원들이 최고책임자(CEO 또는 오너)를 믿을 수 있도록 신뢰 관계를 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사는 부하의 입장에서, 부하는 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라며 “이는 다른 경쟁 회사의 입장에서 우리 회사를 볼 때 어떻게 볼까로 대치해도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리더를 비롯해 많은 기업 구성원들은 미래 예습을 많이 하고 공부한 뒤에 피드백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상임고문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두가 노력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데, 그냥 거기서 그치면 결국 썩어버린다. 그런 자신이 다음 세대를 위한 밀알이 돼서 자신의 성공담을 퍼트려야 한다”면서 “수많은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경영자란 기업의 좋은 가장이 되는 것”이라며  “경영 또한 우리 가정, 일상생활의 상식적인 기준과 다를 바 없다”면서 EBS 강의를 모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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