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⑦한류, 베트남의 보편가치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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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10-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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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관영매체 베트남플러스(Vietnam+)가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상세히 전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플러스 캡처]


"오징어 게임(SQUID GAME)을 봤나요? 드라마에 나오는 게임을 같이 해보실래요?”

요즘 베트남 현지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매일같이 양산되는 패러디물을 비롯해 베트남 젊은 층에서 열에 여덟, 아홉은 오징어 게임의 주요 대사와 각 게임을 줄줄 외고 다닐 정도다.

비단 오징어 게임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한류 콘텐츠가 베트남에서 그랬다. 초창기 '대장금'부터 '런닝맨', 최근의 '이태원클라쓰'까지 베트남에서 한국 콘텐츠는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같은 한국 유명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발매되면, 그 즉시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곡이 퍼지면서 베트남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한다. 사실상 문화적으로는 한국과 베트남이 동시간대를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류(베트남어: Làn sóng Hàn Quốc·란쏭한꾸옥)'의 원조 국가로 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콘텐츠는 이웃 국가인 일본과 중국 등에 먼저 뻗어갔지만, 단연 한류 열풍이 일어난 곳은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해외 공영방송이 한국 드라마를 소개한 곳도 베트남이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1'은 지난 1995년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 '내 사랑 유미'를 전국으로 방영했다. 이후 '의가형제'(1998년), '가을동화'(2001년), '대장금'(2004년) 등이 연속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 내 한류 바람의 기반이 됐다.

주목할 점은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어온 한류가 수십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다른 국가에서 한류는 양국의 정치 상황이나 기타 변수에 따라 기복이 있던 반면, 베트남에서 한류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1990년대에 태어나 베트남의 문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신여성(Phụ nữ tân thời·푸느떤떠이) 세대'는 베트남 내 한류 공고화의 주역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나 개인 성향이 높은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한국의 K-POP(케이팝), 한국 드라마(K-Drama) 등을 접했다. 이미 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상당하며 일부는 복수비자를 통해 수시로 한국을 방문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의 콘서트장에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결국 이들에게 익숙한 한류는 베트남에서 계속해서 자리 잡으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고 한류 콘텐츠는 큰 어려움 없이 베트남 전체로 기반의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석진영 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은 "베트남은 이제 전 세계에서 한류를 선도하는 국가"라며 "이는 한류가 그만큼 베트남인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고 베트남과 한국의 유대 관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이제 한류의 표본 모델이자 거점 국가로 여겨진다. 베트남에서 한류는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를 잡았다. 베트남에서 초기 얻는 평판은 그대로 다른 아세안 국가의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베트남 현지의 평가가 곧 한류 성공의 기본 척도가 되는 것이다.
 
◆K-POP, 베트남의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하다
베트남 음원시장 30% 차지...아시아차트 10위권 석권

지난 2016년, 베트남 호찌민서 열린 네이버 V-LIVE 콘서트 현장. [사진=김태언 기자]


케이팝은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다. 베트남에서 케이팝의 인기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 한류는 곧 케이팝이라는 등식이 생길 정도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류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케이팝이라는 응답이 8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K-드라마, K-푸드, K-무비 등 다른 선택에 비해서 압도적 비율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2020년 한류에 따른 직접 수출액은 64억8000만 달러(약 7조7572억원)로 전년 대비 4.1% 하락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주요 한류 수출국 중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4위권으로 올랐다. 경제 규모 대비 수출량에서는 단연 1위다. 베트남에 대한 한류 수출에서 케이팝은 전체에서 22.3%의 비중을 기록했다. 게임을 제외하고 31.5%를 나타낸 K-드라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케이팝은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베트남은 한류 팬클럽 중에서도 케이팝 관련 팬클럽이 제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한류전문채널인 'kst.vn'에 따르면 대표적인 BTS 팬클럽 '아미', 블랙핑크 팬클럽 '블링크' 등을 비롯해 베트남에는 크고 작은 약 800개의 한류 팬클럽이 있는데 이 중 절반인 400개 이상이 케이팝 관련 팬클럽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아주경제DB]


베트남에서 케이팝의 인기를 피부로 바로 느끼는 것이 바로 라디오 방송이다. 베트남 방송국 음악 채널은 대부분 시청자에게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는데, 하루 방송 분량의 반 이상이 케이팝인 경우가 많다. 음악 차트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베트남 주요 방송과 매체들은 대중가요 부분에서 '베트남음악(V-POP·브이팝)', '서양음악(US·EU)', '케이팝(K-POP)'으로 구분한다. 이 세 분야 차트의 종합 1위는 대부분 케이팝 차지다. 연예·문화 전문매체인 '징(ZING)뉴스'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아시아차트에서도 1위는 에스파의 'savage', 2위는 리사의 'money' 등 케이팝 곡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음원 시장에서 케이팝은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 음악매체 냑꾸어뚜이(Nhaccuatui)에 따르면 한국 음악은 전체 음악 판매에서 29.2%를 점유했으며 곡 판매 비율은 19.5%, 재생(스트리밍) 비율은 평균 4~5회였다. 이는 케이팝이 베트남 음악인 브이팝에 비해 2위를 달리지만 판매율과 스트리밍 부문에서는 케이팝이 다른 음악들을 압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베트남인들은 평균 음원에 월 4만5000동(약 2367원) 정도를 사용하는데, 케이팝 음원은 30만동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베트남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베트남 각 방송국들도 이미 케이팝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거나 신설 중이다. 여기에 각 지역정부, 기관들에서 열리는 케이팝 관련 행사도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은 현지 케이팝 동호회를 위한 축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코트라(KOTRA), 한국관광공사 등 주요 한국기관들도 매년 주요 행사를 개최한다.
 
◆K-POP과 V-POP의 컬래버레이션 현상 ‘주목’
발라드 강한 베트남과 댄스음악 강한 한국의 시너지 효과
협업 통한 미래성장 동력 확보...관련 시장 2030년에 5배↑

베트남에서 열린 'WE FRIEND 2019' 콘서트에서 한국의 케이팝 가수와 베트남의 브이팝 가수들이 합동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kst.vn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내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케이팝은 베트남 음악산업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분야는 케이팝의 보편화가 이뤄지면서 기존 베트남 대중 음악인 브이팝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실제 세계 최고의 유명 아이돌 그룹이 되기 전 BTS는 2014년 데뷔 당시 베트남 톱 뮤지션인 '탄 부이(Thanh Bui)'와 함께 첫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곡 'Danger'를 새롭게 편곡하여 리믹스 음원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아시아 라이징 스타와 베트남 최고 싱어송 라이터와의 만남, 그리고 케이팝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베트남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BTS의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케이팝의 장점을 쉽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가수들의 화려한 음색, 그리고 현란한 춤동작과 외모라고 손꼽는다. 반면 베트남 브이팝은 감상적인 멜로디와 낭만적인 의미가 가득한 가사를 담은 발라드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이에 따라 양국의 컬래버레이션이 강해진다면 케이팝은 현지에서 또 다른 자생력을 갖추면서 시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이러한 현상을 감지하고 움직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호찌민시에 한국 엔터사 최초로 지사를 개설했다. 베트남 국영방송사 'VTC10'도 한·베 문화 교류에서 방송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로 지난 3월 베트남방송으로는 최초로 한국지사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VTC10은 저녁 황금시간대에 한국 케이팝 등과 같은 한류 콘텐츠를 제작해 베트남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베트남 음악시장은 베트남 경제의 성장속도와 함께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관련 시장은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썬뚱 엠티피(Sơn Tùng M-TP)'의 '락쪼이(Lạc trôi)', '판만꾸인(Phan MạnhQuỳnh)'의 '버응으어이타(Vợ người ta)', '365 더 밴드'의 '봉봉방방(Bống bống bang bang)' 등이 브이팝 최초로 유튜브 1억뷰를 달성하며 시장성도 한껏 높아졌다.

글로벌 산업조사기관인 스타티스(Statice)에 따르면 베트남 음악시장은 2020년 현재 4900만 달러에서 매년 3% 이상씩 성장해 2022년에는 5300만 달러, 2030년쯤에는 5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베트남의 인터넷 사용자는 6872만명, 스마트폰 사용자는 6137만명. 이 중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는 베트남인의 61%가 유료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베트남인들은 실물 음반보다 디지털 음원을 듣는 것에 더 익숙하다.

현지 음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베트남 음악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낙관적이라는 평가”라며 “특히 스트리밍 음악시장의 성장은 꾸준해 보인다. 팝송, 케이팝 등 해외 음악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 향후 베트남 음악 시장의 성장 전망은 더욱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사파에서 '한국문화의 날' 행사가 개최된 가운데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한국문화원]
 

◆K-POP을 통해 본 베트남인들, 그들의 이야기
본지는 '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시리즈를 통해 한류 중심 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나타나는  케이팝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도할 예정이다. 음악이라는 창구를 통해 한국을 만나게 된 황프엉리 아주경제 국제부 베트남인 기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한국 아이돌 그룹 연습생 출신으로 현재 베트남에서 활발한 연예계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하리원씨. 또한 코로나19 환경에서도 현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베트남 케이팝 공연상황과 베트남에서 케이팝을 응원하고 소비하는 팬들의 시각도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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