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뒤늦은 물가와의 전쟁...전문가들 "립서비스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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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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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감시 강화...가스요금 등 동결"

  • 전문가들 "인플레율 3~4% 시대 올 것"

서울의 한 시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선다. 우유, 라면 등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달부터 전기요금마저 인상되자 정부는 부처 합동 모니터링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에 전 부처가 함께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 일각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은 이미 놓쳤고, 허울뿐인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대책이라는 얘기다.
 
"물가 고공행진 막아라"...정부, 채찍과 당근 동시에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연간 물가 상승률을 '2%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증가하며 5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기요금과 우윳값 인상에 이어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전 분기 대비 ㎾h당 3원 인상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에 따라 월평균 350㎾h를 쓰는 4인 가구의 전기료는 매월 1050원 오를 전망이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8월부터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올렸다. 문제는 원윳값 상승으로 우유를 원료로 하는 음료·빵 등 관련 식료품 가격을 동반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내밀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기존에 물가 모니터링을 주로 맡았던 기재부와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 등 부처가 물가 감시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산업부는 유류가격, 해수부는 수산물을 살피는 방식이다. 각 부처가 평소 관할 영역을 감시해 담합 등이 의심되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알뜰주유소 운영이 활발하지 않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알뜰주유소 신규 전환을 추진, 가격 인상 억제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기로 했다. 철도와 버스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가스요금 등 기존 요금 인상이 결정되지 않은 공공요금이 연말까지 동결될 전망이다.

유인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식품업계와 일정 기간마다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듣고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간담회를 통해 물가 인상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파악되면 이를 선제적으로 해소해 소비자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물가 잡기 이미 늦었다..."정부 대응책은 '립서비스'"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부산하지만,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처 합동 모니터링, 알뜰주유소 확대 등은 물가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괜히 하는 척 흉내 내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물가를 잡으려고 했다면 정부가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올려야 했지만, 경제 침체를 우려한 정치권이 이를 막고 있어 물가가 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난지원금 지급 등은 물가 상승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어 "금리가 낮다보니 시중에 있는 돈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으로 쏠린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게 인플레이션의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잡을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신 교수는 "정부가 물가 잡을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인플레율 2% 시대는 가고 3~4%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통화를 얼마나 잘 관리하냐에 따라 5~6% 시대로 갈 것인지 2%대로 다시 내려올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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