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남극 바다의 미래를 위한 그린벨트, 해양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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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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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호 극지연구소장[사진= 극지연구소 제공]

멀고 험한 남극 바다에서도 한결 더 외진 웨델해와 동남극의 상당히 넓은 구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장관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다짐의 자리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해양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의 구조와 역할을 온전하게 보전하려고 미래를 위해 남겨놓는 공간이며, 바다에 두르는 일종의 그린벨트이다. 남극해는 해양보호구역이 추진되는 대표적 국제 해역 중 하나로, 이미 2개의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돼 있다. 국제사회는 이를 더 확대하려 노력 중이다. 남극해는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영원한 야생의 바다일 것 같지만 인간은 100년을 훌쩍 넘기는 기간 동안 이 미지의 바다에서도 자원을 남획해 왔다. 인류의 무분별한 남획 결과, 남극해는 지구 평균보다 한참 가파른 기온 상승과 더불어 바다를 덮고 있던 해빙이 사라지고, 빙산이 녹아내리고 주저앉고 있다. 이 신비한 바다의 중요성과 그 안에서 수백만년 동안 진화해온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이해하기도 전에 지구상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경이 중 하나를 잃는다면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양보호구역이 설정되면 인간 활동은 원천적인 제한을 받는다. 생물자원 고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어업을 규제하려는 것도 있지만 인간 활동의 영향을 제거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대한 생태계 복원력을 확보하고 비교 연구가 가능하게 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남극해 해양생태계의 보호는 자원 상태가 위험한 일부 구역만 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체 해역에 대해 다양한 생태계를 포함하는 충분히 넓은 보호구역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틀을 갖고 있다. 만일 동남극과 웨델해 두 곳의 해양보호구역이 이번 10월의 국제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면 최소 수준의 보호구역 면적을 확보하게 되고 길게는 10년 이상 묵혀온 남극해 보전 현안의 해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이미 잘 알려진 기후위기와 약탈적인 어업에 더해 자원 채굴, 플라스틱 오염과 같은 새로운 위협으로 온 지구의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갖고 있는 가치의 유지와 회복, 온실기체 저장고로서 바다의 역할 유지, 기후변화에 대한 완충 공간의 확보, 각종 새로운 위협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는 비교구역의 설정,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남극 바다를 위해 이 정도의 양보는 할 수 있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서 우리도 우리의 자리를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남극해 생태계 보전에 대해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 보존조치 강화를 통해 원양어업에 혹여나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국제사회와 한목소리를 내면서 보다 책임감 있는 조업국가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또한 이번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우리나라 해양수산 정책에도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선, 남극 해양보호구역의 설치가 합리적인 자원수확 활동에도 문을 닫는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조업이익과 생태계 보전을 모두 고려하는 포괄적인 사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남극해 해양보호구역은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둘째, 정부와 학계 그리고 원양어업계가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공동과제를 구상해도 될 만한 계기가 마련됐다. 자원의 수확으로 얻는 경제적 수혜만 좇다 보면 생태계 보전과 미래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재 해양 수산의 패러다임은 변화했다. 생태계 보전이 자원 수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답이고 선제적인 과학 기여를 통해 그 기회를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이다. 우리의 역량으로 만든 선례가 지구촌 사회에 모범관행과 시금석으로 회자되게 한다면 이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국익이다. 이번 결심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의 남극 역사와 환경보전 노력 그리고 원양어업 전통에도 새로 놓는 디딤돌이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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