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14) 커지는 세계경제의 공포 스태그플레이션, 과연 '난치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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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주)프론티어M&A 회장
입력 2021-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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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보경 회장] 



지구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및 통화 정책과 미국정부의 재정정책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경제전문가들은 FRB와 미국 연방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정책에 의존하여 경제예측을 한다. 한심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2008년 파생금융상품에 의한 경제위기는 미국 FRB의 통화량 살포로 인하여 봉합되었다. 그 이후로도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무차별적으로 통화량을 공급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미국의 FRB와 연방정부는 통화량을 엄청난 규모로 공급했다. 미국 FRB와 연방정부 모두가 금융정책 및 재정정책을 총동원하여 통화량을 살포한 것이다. 금리도 사상 유례없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통화량 과잉공급을 선택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 현상을 경제가 성장한다고 착각하는 현상이 만연되었다. 전세계 부동산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인플레이션을 경제성장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 FRB와 연방정부는 통화량을 축소하기 위해 고심을 하며, 통화량을 축소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마침 전기(수소)자동차, 우주개발, 인공지능, 초고속 인터넷, 플랫폼, 신소재 개발, 반도체, 나노 복합체, 바이오 유전자, 대체에너지 등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상당수의 통화량이 흡수되기는 했지만, 이제는 통화량을 축소하고자 하는 테이퍼링(Tapering)이 문제가 아니다. 테이퍼링보다 더 무서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주도성장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누적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후유증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기초생필품가격 폭등 그리고 정부와 가계의 부채가 폭증하게 되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할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다. 특히, 생산성 향상과 관련이 적은 부동산가격 폭등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의회에서 승인 받은 부채상한선의 한계에 접근해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 자금차입에 의한 재정정책을 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시장에서 이미 발행된 정부채권을 상환하거나 민간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사들이면 통화량은 증가하고,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여 시장에 팔면 시장의 통화량은 감소하게 된다. 이제 미국정부의 재정정책도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 수정자본주의(Modified Capitalism)에 의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었지만 1970년대에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경기침체, 실업증가, 인플레이션 등의 3중고를 겪게 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상승하면 소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가 둔화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런데 1970년대에는 경기가 침체되어 실업률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면 된다고 생각했던 케인스 경제이론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상승하고,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량을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1974년에는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두 자릿수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게 되었다. 영국과 일본 성장률은 각각 -2.5%, -1.2%로 경기 후퇴하였고, 두 나라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16.08%, 11.73%를 기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된 데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물가상승에 준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더욱 가속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가격도 인상하게 된다. 여기에 씀씀이가 커진 정부는 재정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걷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영향까지 겹치게 되어 우리나라 경제는 사면초가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외부 충격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과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공급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수요도 증가해야 효과가 있다. 수요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가계의 건전성이 선행되어 있어야 한다. 가계와 소규모 상공인들의 빚이 과다하게 많으면, 수입의 상당부분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데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수요는 증가하기 어렵다. 한국과 같이 가계 빚이 과다하고, 가계와 같은 자영업자가 과잉인 상태에서는 더욱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종료된다고 해도, 상환이 연기되어 있는 자영업자들의 자금이 12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는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생산원가도 낮춰야 하는데,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격을 낮추는 방법, 임금을 낮추는 방법, 유통비용을 줄이는 방법, 새로운 신기술을 개발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일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임금을 낮추는 방법이다. 문제는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진 상태에서는 이 방법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계성능의 발전에 의한 엄청난 생산성 증가로 인해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폭등하였지만 소비자들의 실질임금이 올라 구매력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는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는 첨단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데 비해 경제성장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에 의한 생산성 증가와 총소비의 증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로 인해 4차 산업혁명기술의 발전은 이루어졌지만 2008년 파생금융상품의 붕괴 및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 의한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으로 인하여 총소비는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총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세계 각국은 엄청난 양의 통화를 소비자에게 무상 공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유효수요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케인스의 정부개입 이론을 아직도 핵심경제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책은 생산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어 수요를 창출하고자 하는 정책이지만 생산자들의 의욕저하로 경제성장을 저해시키고, 노동자들의 힘을 너무 강하게 만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단점이 있다. 특히, 2019년 코로나19로 경제순환이 어렵게 되자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무상으로 통화량을 엄청나게 공급하여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려는 매우 조급한 정책을 쓰고 있다.

세계경제 역사를 살펴보면, 산업혁명이 발생할 때마다 일시적으로는 심각한 경제불황이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정부의 부채규모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고, 1인당 가계부채 또한 사상 최대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예산을 지급하여 소득을 증가시키려고 하였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이 매년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줄여 실업률이 높아지자 정부는 공무원 숫자를 대폭 늘리는 정책으로 실업대책을 세웠고, 정년퇴직 및 고용축소로 인해 자영업은 지나칠 정도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되어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은 물론 과중한 채무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의 무능과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과잉예산집행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정치와 관료의 부정부패는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트려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검은 돈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부패한 검은 돈이 시장에서 활개를 치게 되어 경제왜곡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누적과 재정적자 그리고 슈퍼예산에 대한 과중한 세금부담, 강력해진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상승의 압력, 중소영세업자의 붕괴,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경제순환구조의 왜곡, 탄소배출규제정책, 미·중무역갈등의 격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반에 의한 투자·공급망의 붕괴, 고임금에 의한 생산원가의 상승 등으로 경제가 회복되기보다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상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개발 투자에 정부예산을 대폭 늘리고, 해외 원자재 확보와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답이다.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 해소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일례로, 공공의료 전문인력을 대폭 양성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해외 저개발 국가의 의료산업을 지원한다면 병원, 의료학교,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수출은 물론이고,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생산성이 수반되지 않는 무상의 통화량 공급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빠른 시일 내에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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