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갈라파고스' 벗어날까?...13개월만 멈춘 일본의 물가 하락세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9-24 16:31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난 와중에도, 홀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일본이 물가 하락세에서 벗어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본원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8월 99.8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보합세(0.0%)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앞서 7월에는 0.2% 하락했으며, 이달 수치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와 일치했다.
 

위부터 2021년 8월 일본 소비자 물가지수(CPI)·본원 CPI·근원 CPI.[자료=일본 통계국]


본원 CPI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신선식품을 제외한 항목들의 물가 추이를 집계하는 것으로, 2020년 당시의 물가를 기준점인 100으로 놓고 등락을 따진다.

다만, 지난 5월 당시에도 핵심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하며 1년 2개월 만에 상승세를 기록했고 6월 속보치 역시 '플러스(+)'로 집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 총무성은 지난 7월 발표분(6월 지표)부터 지수 산출 기준을 2015년에서 2020년 연간 평균 물가 수치로 교체했으며, 해당 기준을 5월과 6월 속보치 지표에 소급 적용한 결과 전년 동월 '마이너스(-)'로 조정됐다.

대표적인 물가 지표인 CPI의 경우 체감 경기 상황을 반영한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보다 활성화한 것으로 풀이하지만, 통계치 면면을 확인했을 때 이번 수치로 일본의 경기가 나아졌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체로 물가가 크게 움직인 항목은 일본 중앙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은 부문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 중 하나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국내 여행·소비 진작 독려책)'의 영향을 받아 숙박료는 같은 기간 46.6%나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오른 여파로 에너지 가격도 일부 높아졌다. 전체 에너지 상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했으며, 등유와 휘발유는 각각 20%와 16.9%나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료 역시 같은 기간 0.9% 오르며 1년 11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휴대전화 통신비 인하'와 맞물린 '통신비' 항목은 전년 동월 대비 44.8%나 급락하며 물가 하락을 압박했다. 본원 CPI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신선 야채의 경우 기후 불순의 영향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8월 가격은 18%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상품과 신선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지난 8월 전년 동기 대비 0.5%나 하락한 99.3을 기록했으며, 이들 상품 가격을 모두 포함한 일반 CPI 수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4% 내린 99.7로 집계됐다. 
 
'저임금·저성장의 덫' 끊기엔 여전히 저물가 상황

하지만, 이달 보합세를 기록한 핵심 CPI가 약 1년 만에 마이너스를 벗어나긴 했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물가 목표치인 2%에는 한참 못 미친 수준이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일본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반전하기 위해 자신의 임기(2023년 만료)까지 물가를 2% 가까이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여느 국가와는 사뭇 다른 목표다. 미국과 유럽 지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며 맞아 물가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은 데 반해, 일본은 반대로 물가를 높이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저성장 국면이 이어진 데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비상사태를 재차 발효하면서 각종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어도 경기 반등세가 요원해진 상태다. 특히,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경제가 활성화하지 않고 계속 저(低)물가 상태에 머무르게 되면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은행은 통화 완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여전히 저물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닛케이는 자국의 상황을 '인플레 갈라파고스'라고까지 빗대며 자국의 저물가 상황을 분석했다. 당시 신문은 일본의 장기 저물가 현상의 최대 원인으로 저임금을 지목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내수시장이 쪼그라든 탓에 기업들은 이윤 유지를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인건비 절감에 나섰는데, 임금 하락이 다시 소비 침체로 이어지고 또 기업의 수익도 악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가 '저임금의 덫'에 걸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전가하는 매커니즘이 파괴돼 버렸다"면서"결과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할 수 없는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의 주원인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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