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이 ‘전정특신(专精特新)' 강소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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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1-09-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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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중간 전략경쟁이 기술패권을 넘어 이제 자본시장을 둘러싼 영역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미래의 디지털 화폐 영역에서 앞서가고 있는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패권을 견제하고 중장기적인 금융강국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미국 자본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2일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 개막식 축사에서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전격 발표라고 하기에는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 다음날인 3일 ‘베이징증권거래소 유한책임공사’라는 회사명이 등록되었고, 그로부터 3일 후인 5일 베이징증권거래소 주식상장 규칙이 발표되었다. 이미 66개 기업의 상장 후보군도 거론되는 등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베이징거래소는 신설이라기보다 재개설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1912년 신해혁명 이후 손문의 중화민국 시절인 1918년 6월 5일 중국 최초의 거래소인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었고, 후에 ‘베이핑(北平)증권거래소’로 개명되었다. 국공채 중심의 베이핑 증권거래소는 경영악화 및 중일전쟁으로 인해 1939년 폐지되었다. 1949년 1월 공산당에 의해 베이징이 해방되고, 1950년 1월 30일 베이징증권거래소 운영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매점매석으로 인한 물가폭등과 정부의 엄격한 관리, 시장악화 등의 이유로 1952년 10월 거래소가 폐쇄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70년이 지나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다시 개설된다. 그렇다면 사라진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왜 다시 환생하는 걸까? 국내외 매체에서 언급하는 기존 상하이, 선전, 홍콩 등 지역이 모두 남방지역에 있기 때문에 지역 균형적 차원에서 베이징에 설립된다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접근방식이다.

중국 대내외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크게 4가지 목적과 의도로 귀결된다. 첫째,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빅테크 기업규제로 인해 침체되고 위축되어 있는 중국의 혁신과 창업분위기를 다시 살리려는 의도이다. 중국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은 지금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유수한 글로벌 혁신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는 정부와 시장, 창업자의 3박자가 어울러진 결과이다. 혁신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중국은 디지털 경제발전과 고학력 실업률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공산당과 함께 창업을’ 외쳤던 중국정부는 이어지는 플랫폼 빅테크 기업규제로 인해 시들어가는 젊은 창업자의 창업 열정을 다시 북돋우기 위한 당근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창업, 만중창신’는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중요한 성장요소이다. 중국 혁신 스타트업 지역은 크게 베이징 중관촌과 광둥성 선전 남산SW단지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베이징 스타트업을 위한 자본 수혈창구가 필요했다고 볼 수있다.

둘째, 미·중간 디지털 경제 디커플링에 대비해 중소벤처 기술혁신기업의 자본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이다. 상하이 커촹반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혁신자금조달 창구를 구축함으로서 미중기술패권의 장기화에 대비하고자는 목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상하이 거래소와는 차별화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소기업 중심이라는 특징이 있다. 비유하자면, 상하이 커촹반이 메이저리그의 성격이라면,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마이너리그에 해당된다. 우수한 소부장 강소기업을 중국에서는 ‘전정특신 작은거인’ 이라고 부른다. ‘전정특신’이라 함은 중국어 표현의 전문화(专)‧정교화(精)‧특색화(特)‧참신화(新)의 앞 글자를 줄여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핵심은 중국제조 2025의 차세대 정보기술, 최첨단 장비제조, 신소재, 생물바이오 등 10대 중점 최첨단 산업의 발전과 전통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향후 최첨단 소부장 강소기업들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중복되고 흩어져 있는 기술과 기업들을 정부가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어서 중국식 혁신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전정특신’ 기업의 선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으로 나누어 별도로 진행되고,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자금지원 및 세제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선정된 전정특신 강소기업 지역 분포도를 보면 베이징이 약 28,750여 개로 상하이(17,012개) 등 기타 지역대비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본시장 견제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적이다. 또한 국내 대순환 방향성에 맞춰 자국민과 자국 기업들의 자본운영 메커니즘을 더욱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거래소연맹(WFE)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시가총액 기준 미국 뉴욕거래소(26조 2천억 달러)와 나스닥(19조 달러)이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 거래소(약 7조 달러)가 3위, 홍콩이 5위, 선전이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 홍콩거래소 3곳의 시총을 모두 합친 총액이 약 18조 3천억 달러로 나스닥보다 작은 규모이다. 중국은 마카오 증권거래소까지 개설하며 중국자본시장 규모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넷째 내부 정치적 이슈로 자본권력의 균형적 배분차원 목적도 존재한다. 상하이방 중심의 자본권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균형적 분배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상하이방 권력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상하이방 출신인 장쩌민 전 주석은 85년 상하이 시장 및 당서기, 92년 국가주석 및 총서기를 역임하며 상하이 및 선전증권거래소 설립을 주도했다. 따라서 90-91년 설립된 상하이 및 선전거래소 모두 장쩌민 3세대 정치권력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볼 수있다. 베이징 거래소의 설립은 베이징 중심의 새로운 금융자본권력 구도형성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을 두고 펼쳐질 미중간 신경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미중간 패권경쟁과 달리 수면 아래서는 미·중 자본카르텔이 더욱 굳건히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빅뱅 차이나로 변모되는 중국 자본시장에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기회를 찾아야 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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