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l 코리아 언제까지] 외국인 사는 이유 알아야, 파는 이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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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9-1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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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가치 올라 헷지 목적 코스피 매력↓

  • 외국인 리밸런싱도 주식비중 감소 원인

  • 역사적 고점 코스피 떨어져야 유턴 역설

  • 전문가 "대형주 피하고 저PER주식 찾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스피가 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상장사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개월째 계속되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81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8조990억원어치를 순매도, 코스닥은 28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매도우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5월 이후 지금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만한 뚜렷한 이유는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를 국내에서 찾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外人 매매 이유 ①…달러 변동 대비 헷지 투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국내 주식의 매수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의 채권과 주식, 부동산 등이 글로벌 투자자가 가장 우선하는 투자대상이다.

그 결과 한국은 1순위 시장에 대한 헷지(분산투자) 목적의 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수록 투자 매력이 커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오른다면 코스피 시장의 매력은 떨어진다. 게다가 코스피는 풍부한 유동성과 변동성이 특징이다. 헷지목적의 거래를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전균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패턴이 환율변동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것은 자산배분 차원에서의 신흥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결정하는 매크로 트레이딩'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개별 기업의 내재가치에 투자하는 펀더멘털 투자자도 존재하지만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상당 비중이 환율과 같은 경제상황과 시장 밸류에이션 전반을 고려하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지난 2008년이다.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던 2008년 3분기부터 2009년 1분기까지 코스피는 1800선에서 1100선까지 하락했다. 최근에도 지난해 3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동안 코스피는 꾸준한 우상향을 기록했다.

문제는 최근 달러가 다시 강세라는 점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오르며 1170원을 회복했다. 이는 지난해 초 수준이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헷지 목적 보유 자산을 매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코스피 상장사들의 호실적 덕분에 지수가 꺾이지 않은 것이 외국인 입장에서 더욱 우호적인 매도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모양새다.
 
外人 매매 이유 ②…달러 자산과 리밸런싱
리밸런싱도 외국인 매수와 매도의 큰 이유다. 리밸런싱은 투자 전략의 하나다. 투자자산의 배분 비율을 정해두고 자산 가치가 변할 때마다 각 자산의 매도·매수를 통해 배분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러자산과 원화자산(코스피)을 리밸런싱 투자 방식으로 접근한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가 상승한다면 원화자산 비율이 높아진다. 리밸런싱을 위해 원화자산을 매도하고 반대로 달러자산을 매입해야 목표한 자산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리밸런싱은 서로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두 개의 자산을 두고 수익을 거두기 위한 투자전략이다. 헷지 목적의 거래와 비슷하지만 보다 적극적이다.

최근 코스피가 지난해 저점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렇다면 지난해 저점 당시 코스피 자산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라면 리밸런싱을 위해 코스피를 매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원화 자산의 가치가 늘어났으니 이를 팔고 달러 자산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연기금 등 자산 배분 기준이 엄격한 기관투자자들은 주식 시장 상승으로 주식비중을 줄여야만 했다"며 "연기금 등 해외기관투자자들은 1년 가까이 자산 리밸런싱을 해오고 있는 상태로, 상당 부분 리밸런싱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6개월간 해외의 주요 연기금은 대부분 주식자산 비중을 줄였고, 채권과 유동성의 비중은 늘렸다"며 "네덜란드·일본 등 연기금 영향력이 큰 국가들은 상반기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떨어져야 외국인 귀환…대형주 피하고 低PER 종목 찾아라"
국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관건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언제 그치겠느냐다. 조건은 우선 달러 강세가 꺾여야 한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긍정적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른 이유 중 하나가 연준 멤버들을 중심으로 긴축적 통화 정책의 필요성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공식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천명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진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반면 여전히 코스피지수가 역사적인 고점을 바라보는 수준이라는 점은 리밸런싱 차원의 매도를 유발한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가 고점을 다시 뚫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귀환이 절실한데 외국인이 돌아오려면 코스피가 내려가야 하는 모순이 생긴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는 중에도 차별적인 매수세가 나타난 종목에 주목하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바스켓 형태로 순매도를 늘리고 있다"며 "이를 비껴간 종목 중 차별적으로 순매수를 보였던 업종을 보유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의 수급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코스피가 3000~3300구간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PER(주가수익비율)가 낮고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외국인의 차별적인 매수가 나타나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전략을 제시한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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