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 샤오미vs거리전기… 신에너지차 시장서 ‘세기의 재대결’

곽예지 기자입력 : 2021-09-09 02:00
거리전기·샤오미, 신에너지차 시장에 동시에 진출 거리, 中 전기 버스 제조업체 인룽신에너지 인수 '인력 모집'이 관건... 전기차 양산까진 시간 걸릴 듯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제조업체 샤오미와 거리전기(格力電器, 이하 거리)가 또다시 ‘링’ 위에 섰다. 두 업체가 이번에 대결을 펼칠 종목은 ‘신에너지차’다. 이달 초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부를 공식 사업자로 등록하며 전기차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로 전날 거리전기는 전기 버스 제조업체 인룽신에너지를 손에 넣었다. 업계에서는 인룽신에너지 매입을 거리의 본격적인 신에너지차 시장 진출 신호로 읽고, 연일 샤오미와 거리의 ‘재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샤오미 레이쥔(雷軍) 회장과 거리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은 과거 ‘매출 내기’로 중국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매출 내기란 지난 2013년 레이쥔 회장이 중국 국영 CCTV의 ‘올해의 경제 인물상’을 수상하면서 "5년 내 거리의 매출을 넘어서면 1위안을 달라"고 둥밍주 회장에게 요청하자 둥 회장이 “판돈을 10억 위안으로 하자”고 통 크게 응수했던 일이다.

이 매출 내기가 시작된 후 5년 동안 샤오미와 거리는 스마트폰과 에어컨이라는 각자의 주력 시장 외에도 TV, 스마트 홈 제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2018년 대결은 거리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당시 샤오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한 1749억 위안이었지만, 거리전기의 매출은 이보다 많은 약 2000억 위안이었다.

이후 둥 회장이 판돈을 받지 않겠다며 내기는 시시한 결말을 맺었지만, 두 총수의 이 같은 매출 대결은 5년 내내 중국에서 화제였다. 매년 실적이 공개될 때면 언론들은 앞다퉈 양사의 매출을 비교했고,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SNS)나 공식석상에서 서로를 도발하는 발언을 했다.

샤오미와 거리가 ‘세기의 라이벌’로 불리는 이유이자, 이번 양사의 신에너지차 시장 동시 진출 소식에 중국이 들썩이고 있는 이유다.

중국 제일재경은 최근 “레이쥔과 둥밍주가 전기차를 타고 전쟁터에 복귀했다”며 두 회사의 신에너지차 업계 진출 현황과 향후 두 업체의 앞날을 전망했다.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사진=웨이보 캡처]
 

◆인룽 인수한 거리... 에너지 사업→전기차 제조 전략

지난 8월 31일 거리는 18억2800만 위안을 들여 인룽에너지의 지분 30.47%를 인수했다. 기존에 보유했던 지분 17.46%를 합치면 인룽에 대한 의결권을 47.9% 가진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사실 둥 회장은 일찍이 2016년 2월 130억 위안을 들여 인룽 지분을 몽땅 인수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당시 주주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술력이 부족한 인룽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배당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둥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개인 이름으로 10억 위안 규모의 인룽 지분 인수를 강행했다. 하지만 인룽의 전기 버스 판매 급감으로 인수 약 2년 만에 둥 회장은 재산 수십억 위안을 날렸다.

이처럼 한 차례 실수를 겪었음에도 둥 회장이 다시 한번 인룽 인수를 고집한 건 확실한 사업 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일재경은 둥 회장이 에너지 저장 사업을 우선 발전시키고, 이후 전기 버스를 통한 신에너지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 추측했다.

사실 인룽의 재무상태는 최악의 수준이다. 지난해 6억8800만 위안 적자에 이어,  올해 1~7월에도 7억6300만 위안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거리는 인룽의 일부 자산을 처분하고, 에너지 저장 관련 전자제품, 신에너지 사업 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거리 관계자들은 제일재경에 귀띔했다.

실제 앞서 거리는 인룽 인수 공고에서 인룽의 강점을 에너지 저장 사업으로 소개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복안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인룽의 주력 제품인 리튬 티탄산배터리는 충전이 빠르고, 안전하며 수명이 길다. 이는 전기 버스뿐 아니라 스마트 가전 기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배터리가 거리가 제조하는 냉장고, 새탁기, 스마트 홈 로봇 등에 탑재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거리는 가전제품 시장에서 메이디와 경쟁이 치열하다. 샤오미와의 대결은 고사하고 주력 사업 분야인 가전업계에서도 1위 자리를 뺏길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거리는 지난 상반기 매출과 순익 회복세를 찾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반면 메이디는 같은 기간 2019년 매출을 뛰어넘으며 빠른 회복을 보였다.

거리가 신에너지차 사업보다는 일단 신에너지 분야에 먼저 인룽을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 본격 재대결까진 3년 이상 걸릴 듯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에서 샤오미와 거리의 재대결이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업계는 진단한다.

사실 전기차 제조에는 거액의 자금과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 업체는 인력 측면에서 빠른 시간 안에 전기차를 제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기차 회사를 법인 등록하며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샤오미 역시 전기차 제조와 양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샤오미는 지난 1일 자사의 전기차 회사인 ‘샤오미자동차’를 정식 설립했는데, 이는 올해 3월 레이쥔 회장이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한 후 설립까지 반년이 걸린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샤오미는 인재 모집에 특히 주력했다. 현재 300여명의 개발진을 꾸린 걸로 알려졌는데, 전기차 제조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는 평가다. 샤오미의 경우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향후 자동차를 위탁 생산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자동차 기업과 지분을 나눈 합작사를 설립한 것보다 주도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사업에 필요한 직원 수도 늘어난다. 샤오미가 직원 구성을 완료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 IT기업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가 신에너지차 제조와 양산을 하는 데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양산을 하더라도 이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뒤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아주경제 공식 카카오채널 추가
  • 아주경제 공식 유튜브 구독
  • 아주TV 공식 유튜브 구독
  • 아주TV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
컴패션_PC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M&C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