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상품에서 보험사기 온상으로…계륵된 홀인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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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9-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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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균 가입액 2배 증가…올해 손해율 100% 넘어 적자폭 확대

  • 보험사기 취약 구조…금융당국 기획조사 진행

금융당국이 '가짜 홀인원' 축하금을 노린 홀인원보험 사기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국내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홀인원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은 가짜 홀인원 축하금을 노린 골프보험 등 보험사기에 취약하거나 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홀인원보험의 경우 가짜 홀인원 증명으로 축하금을 챙겨가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홀인원보험 보험사기는 최근 급증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홀인원 보험사기를 포함한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약 4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총 4만741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과 인원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홀인원보험이란 보험에 가입한 골퍼가 홀인원 샷에 성공하면 기념품 구입, 축하 만찬, 축하 라운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상해 주는 특약보험이다. 홀인원은 파3홀에서 첫 타에 공이 홀에 들어가는 경우를 가리킨다.

홀인원보험은 최근 국내 골프인구 급증 영향으로 빠르게 가입자가 늘었다. 한화손해보험의 하루 단위 홀인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하루토글보험의 경우, 홀인원보험 가입자가 올해 2월에서 6월까지 매월 평균 101.2% 성장했다. 골프 인기에 힘입어 MZ세대의 가입자 비율은 동기간 매월 평균 83.5% 증가했다.

홀인원보험은 가입자 급증과 더불어 골프장의 홀인원 증서 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취약한 구조로 보험사기에 온상이 되고 있다.

보통 홀인원을 한 골퍼들은 같이 골프를 친 동료들의 라운딩 피를 내주고, 기념 식사를 사곤 한다. 대신 동료들은 기념패를 만들어 홀인원을 축하해 준다. 보험사는 연 3만~7만원 정도 보험료를 받고 최대 수백만원까지 해당 비용을 지급한다. 여러 보험사에서 홀인원 보험에 가입할 경우,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일반인이 홀인원을 성공할 확률은 1만2000 분의 1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홀인원보험에 가입한 후 캐디 등 골프장 관계자와 손잡고 서류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홀인원보험 가입자가 인근 식당이나 골프용품점 등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영수증, 골프장에서 받은 홀인원 증명서를 제출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점을 노려 악용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홀인원보험의 손해율이 올해에만 평균 10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정 손해율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은 홀인원보험을 판매할수록 적자액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홀인원은 일반인들의 확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지급이 늘어나게 된 것은 계약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모럴해저드가 나타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판매 중단도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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