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혹독한 시련에도 해결 못한 두 개의 '앓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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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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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냉랭한 평가를 받고 있다. 수주, 차입금 구조 등 펀더멘털 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해결에 시일이 걸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기업평가는 두산그룹 분석보고서를 발표하며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는? 많은 노력에도 아직은 아쉽다'라고 총평했다. 김동혁 한기평가 연구원은 "플랜트 부문은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신사업으로의 사업전환이 더딘 가운데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원전 프로젝트 종료(2022년 이후)로 수익성이 저하될 여지가 있다"면서 "게다가 단기화된 차입구조로 인해 상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진단은 다소 박한 평가일 수도 있다. 올 상반기 두산그룹은 기타 부문 매출·영업이익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건설기계 부문(두산밥캣)의 사상 최대 실적 발생과 플랜트 부문의 흑자전환으로 연결기준 5725억원(영업이익률 8.4%)의 영업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차입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초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거치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 3조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긴급 자금을 지원받은 것이다. 다만,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만큼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모범적으로 빠르게 이행했다. 두산타워,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인프라코어 등을 매각하며 그룹의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올 상반기 중 그동안 매각했던 사업부 관련 대금이 유입되며 지난해 말 9.1조원이던 순차입금이 2021년 상반기말 6.5조원으로 축소됐다.
                      

단기차입금 비중 [그래프=한국기업평가 제공]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빠질 당시에도 재무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았던 건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 비중이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이후 빠르게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92.1%까지 늘었다. 만약 1억원을 빌렸다면 9000만원 이상을 1년 내로 상환해야 했다는 의미다.

두산그룹 전체로도 단기차입금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70%에 육박했다. 차입금이 단기화된다면 자금경색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산그룹이 주로 영위하는 사업들의 경우, 유통업과 달리 프로젝트가 긴 편이다. 자금흐름은 프로젝트 기간과 파이낸싱 기간이 유사할수록 안정적이다. 보험회사가 장기채를 선호하는 점, 재무관리 상 비유동비율, 비유동장기적합률, 유동자산구성비율 등의 분석 지표가 있는 이유도 현금흐름의 매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의 수주 잔고도 여전히 하락세다. 하락 추세는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신재생 발전 관련 수주 기대감이 커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적다. 또한 주력사업인 석탄·원자력발전 신규수주도 부진하다.

김 연구원은 "신사업의 본격적인 수주가 부진한 점, 환경단체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반발과 수출지원 금융(ECA)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점, 수년간 원전 발전 프로젝트의 해외 수주가 없었고 스마트 원전의 수주도 단기간 내 성과를 보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할 때, 수주잔고의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은 편"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 스마트 원전 등이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우며 두산건설 역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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