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권 빼앗길라…국내SW 4분의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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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9-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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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산SW 점유율, 한국은 하락세…美77%·中46%·韓24%

  • SW정책硏 "클라우드 SW 전환 더뎌…외산SW 상대 고전"

  • "소수 글로벌기업의 지배력 강화, 디지털주권에 큰 위협"

  • IDC "SaaS 도입률 저조해 국산 SW '클라우드 전환' 더뎌"

  • 한국 SW시장, 지배력 큰 자국 기업 없는 '파편화'가 문제

2019년 한국 상위 5대 국산·외산 SW업체별 점유율(소수점에서 반올림).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IDC 2021 조사 인용), 그래픽=김효곤 기자]


전 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국산SW 점유율이 하락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을 발판으로 각국 SW 시장 입지를 키우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미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부가 자국 컴퓨팅 환경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디지털 주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W정책연구소 이슈리포트 '디지털 주권과 소프트웨어: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주요 7개국(한국·중국·일본·영국·독일·인도·미국) SW 시장에서 자국산 SW 점유율은 2019년 기준 미국이 77%를 나타내 압도적으로 높았고, 중국도 46%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국산 SW 점유율은 최근 25%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 SW시장의 4분의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한국의 국산 SW 점유율은 2015년 25.7%에서 2019년 23.6%로 조금씩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 SW정책연구소는 보고서에 "국산은 가격경쟁력, 신속한 지원, 유연한 커스터마이제이션 정책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라면서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클라우드 SW로의 전환이 더디게 나타나며 외산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2015~2019년 주요 7개국 국산SW 점유율 추이 (IDC, 2021)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한국의 점유율 상위 5대 외산 SW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IBM, SAP, 다쏘시스템이 꼽혔다. 이 중 3사(MS·오라클·IBM)가 미국 기업이다. 2019년 미국 SW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59.9%로, 2015년 56.3%에서 3.6%P 상승했다. 이외에 VM웨어, 애플, 세일즈포스, 시놉시스 등의 미국 기업이 국가에 따라 점유율 상위 5대 외산 SW기업 목록에 포함됐다.

SW정책연구소는 국내 SW 시장에서 특정 기업·서비스의 높은 점유율이 종속(lock-in) 효과를 고착시켜 국산 SW의 성장을 저해하고, 이는 대안 부재에 따른 교섭력 상실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또 세계적으로 소수 글로벌 IT기업의 디지털 지배력 강화에 대해 "디지털 주권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안보, 제조업, 서비스업 경쟁력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SW정책연구소는 "글로벌 SW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미미하고 국내 시장에서 또한 외산 SW에 압도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사물인터넷(IoT) 등 '신SW' 중심으로 핵심 분야 설정과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클라우드화 등 시장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비즈니스모델 전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2015~2019년 주요 7개국 미국산SW 점유율 추이 (IDC, 2021)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국산 SW의 '클라우드 전환' 더딘 이유는 수요 부족"
더딘 클라우드 전환 때문에 국내 SW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지만, 그 원인은 투자·기술력 부족 이전에 국내 SW시장의 관련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김경민 한국IDC 수석연구원은 "국산 SW는 서비스형SW(SaaS) 또는 서비스형플랫폼(PaaS)으로의 전환이나 배포 방식 면에서 외산 SW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국내 시장의 SaaS 도입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것과도 상관관계가 있는데, 아직 고객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국내 SW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이 더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현재 수용 양상과 별개로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이(IaaS)만으로는 디지털전환(DX)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SW까지 아우르는 IT 전체의 민첩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인프라와 함께 기업 SW 환경을 현대화하는 '애플리케이션 현대화'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데, 그 과정에 SaaS 도입은 필수가 아니지만 (기업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산 SW 점유율 하락이 당장 국내 SW 기업의 실적 부진을 뜻하진 않는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SW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조·공공 부문에서의 DX 가속화로 SW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 전반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 궤도에 오른 국내 SW 기업도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2020년 국내 SW 점유율의 감소추세가 이어지진 않았을 것으로 짐작하나 단정하기는 어렵고, 다만 최근 글로벌 사업자 매출과 함께 국내 SW 사업자 매출도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2019년까지 국내 SW 점유율의 완만한 하락세는 국산 SW의 매출 감소가 아니라 외산 SW의 매출이 증가한 경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라고 밝혔다.
 

2019 국가별 상위 5대 외산 벤더 (IDC, 2021)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배력 큰 SW기업이 없다…파편화된 한국 SW시장
파편화된 국내 시장 구조가 디지털 주권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의 국내 점유율 확대가 디지털 주권에 악영향을 끼칠지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SW정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일본·인도에는 자국 SW시장 내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시장 지배력이 큰 회사가 있지만, 영국·독일·한국에는 그런 기업이 없다. 한국은 수많은 중소기업의 국산 제품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보안SW' 분야와 한컴 제품이 선전하고 있는 '콘텐츠 워크플로 관리' 분야가 전체 SW시장의 20% 초반대 국산 SW 점유율을 떠받치는 상황이다.

SW정책연구소는 "세계 SW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치고 향후 시장 성장 전망도 세계 평균(4.7%)의 절반 수준(2.4%)"이라면서 "현재 코로나19로 증폭된 DX의 큰 기회가 열린 시기로, 폭발하고 있는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국산 SW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를 확대해 나가지 않으면 향후 더 심각하고 급격하게 디지털 주권 약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짙다"고 우려했다.

규모가 작은 국내 SW 시장에서 점유율을 다투는 대신 기존 SW 제품을 SaaS 형태로 제공하거나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성장을 도모하는 국내 SW 기업이 나오고 있다. 이때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가 활용된다.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이들의 클라우드에 올라타는 국내 SW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한국IDC의 김 수석연구원은 "앞으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이든 국가든 한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확대가 디지털 주권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부정적 영향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라며 "그런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을 늦추는 것은 주권 문제를 고민하기도 전에 전반적인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 국가별 상위 5대 국산 벤더 (IDC, 2021)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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