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 '팬데믹외교 선봉장'..美 CDC사무소, 베트남 개설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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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09-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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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DC 60개국·4대 거점구축..."베·미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 될 것"

  • 베트남 CDC, "예방 인프라 구축해 전염병 조기경보시스템 마련할 것"

25일 하노이에서 CDC 동남아시아 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존 맥아더 신임 CDC국장(가운데), 팜빈민 부총리가 기념 선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해리슨(부통령)의 베트남 여행은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권의 첫 아시아 방문은 우방국인 한국이나 일본을 택했지만, 이번에는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택했습니다. 이는 향후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과 베트남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팜꽝빈(Pham Quang Vinh) 전 미합중국 베트남대사가 현지매체를 통해 전한 카멀라 해리슨 미국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 평가다. 그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층 더 양국관계가 심화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를 끌어올리는 유리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베트남에 선물보따리를 잔뜩 풀었다.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베트남에 미국은 펜데믹 백신외교를 앞세웠다. 백신 추가지원, 백신지원금,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사무소 개설 등 연이어 호재가 전해지면서 베트남도 모처럼 숨통이 트였다.

지난 24일부터 양일간 해리슨 부통령이 바이든 정권의 최고위급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부통령은 이번 방문기간 동안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 팜민찐 총리 등을 예방하고 CDC 동남아시아 사무소의 하노이 개설을 확정했다. 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백신구입지원금 50만 달러와 베트남에 화이자백신 500만회분에 이어 모더나백신 100만회분을 추가로 제공했다.

해리슨 부통령은 이날 개소식에 참석해 “이는 베트남·미국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뛰어난 발전과 큰 잠재력을 보여준다”며 “CDC 사무소 출범은 우리의 협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CDC 지역사무소가 사람을 위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지역 내외의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베트남도 화답했다. 외국 기관의 사무소 개소에 팜빈찐 부총리와 담당부처인 응우옌탄롱 보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함께 참석했다. 팜빈민 부총리는 “우리는 하노이에 미국 CDC 사무소를 열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베트남은 이 사무소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매체뿐만 아니라 미국언론들도 세계에서 4번째로 개소하는 CDC 지역본부사무소 개설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현지언론은 베트남이 미국의 전통적 아세안 우방인 필리핀과 태국 등을 제치고 지역거점사무소를 유치했다며 이는 베트남이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CDC 개소의 의미는 지난 30년간 양국이 적국에서 협력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극적인 관계의 반전을 보여준다”며 “적어도 펜데믹 상황에선 베트남이 추구하는 미·중 균형외교보다 미국의 백신 외교력이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CDC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중 하나다. 정부부처의 산하기관이지만 식품의약국(FDA)과 더불어 미국의 위생보건을 담당하는 양대산맥으로 통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직원은 약 15000여명, 예산만 해도 120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3배에 이른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펜데믹 상황에서는 전염병에 대한 세계적인 기준을 세우면서 각국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보건부에 따르면 CDC는 워싱턴 DC를 본부로 전 세계 60개 이상의 지사를 갖고 있으며, 이번 사무소 개설로 중앙아시아(조지아), 중동·아프리카(오만), 남미(브라질), 동남아시아(베트남) 등 각 대륙에 거점사무소를 보유하게 됐다.

CDC는 베트남 거점사무소에 추가로 23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베트남, 아세안 각국과 협력해 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아세안 역내 미래 공중보건인력 구축, 공중보건검사역량 향상, 교육훈련 확대, 건강개선 혁신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임 CDC 동남아시아 사무소장에는 존 맥아더(John MacArthur) 전 CDC 태국지국장이 내정됐다. 그는 CDC 23년 경력 중 절반 이상을 동남아시아에서 근무하면서 이 지역 보건 안보 개선에 중점을 두고 말라리아, 결핵,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의 연구를 진행해왔다.

존 맥아더 신임 국장은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무소 설립에 충분한 자격을 갖춰왔다”고 개소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과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전염병을 예방하는 노력을 하겠다”며 “무엇보다 향후 코로나19를 포함해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의 역내 조기방역경보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존 맥아더 CDC 동남아시아 사무소 신임국장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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