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미국 관계 순항 시작하나'...美, 베트남 환율조작국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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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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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월만에 결정 뒤짚어...보복관세 유예 이어 연이은 '유화 체스처'

  • 美 신임대사 5월 부임...서기장 "바이든 정부와 협력관계 더욱 강화할 것"

미국·베트남 국기[사진=비비트리(123RF.com)]


미국이 베트남을 환율조작국 대상에서 제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막바지였던 지난해 12월, 미국이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후 불과 4개월 만에 취해진 조치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을 환율조작국 목록에서도 제외했고 환율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했다.

바이든 정부가 무역에 있어 유화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남중국해 문제 등 베트남과의 ‘대중국 견제’에 협력 기조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6일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와 환율정책 보고서'를 내고 베트남과 스위스를 환율 조정국가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환율보고서로 향후 환율정책과 무역정책 나아가 국제정치 변화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블룸버그통신, 베트남뉴스(VNS) 등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베트남과 함께 스위스도 환율조정 대상국에서 빠지면서 환율조작 대상국가가 별도로 등재되지 않았다. 환율관찰대상국으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을 대상국으로 유지했다. 멕시코와 아일랜드는 새로운 관찰 대상국 목록에 올라 환율관찰국가는 총 11개국으로 늘어났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불리해지도록 만드는 인위적인 통화 조작 외국 경제의 노력에 대처하기 위해 계속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위스, 베트남, 대만이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만 환율 조작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대신 이들 3개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여하며 감시를 하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5년 무역촉진법에 따라 1년간 200억 달러를 넘는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 외환시장 개입 등 3개 항목을 기준으로 각국의 환율시장을 평가한다. 이후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1년 동안 수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제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진행한다.

당시 베트남은 지난해 6월 기준 직전 1년간 580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외환시장 개입률도 5%가 넘는 것으로 판단돼 사상처음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베트남 정부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레티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미국 재무부의 긍정적인 조정을 환영한다며 “베트남은 양국 간의 포괄적인 파트너십의 기둥인 무역 관계를 존중한다는 정신으로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건설적인 대화와 협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의 통화정책은 국제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창출하지 않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거시 균형을 안정화하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 정부는 미국과 논의를 통해 베트남의 환율 정책이 현실과 일치하는 통일되고 유연한 방식으로 관리 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레티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18일,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현지 매체들은 미국의 무역보복관세가 유예된 데 이어 이번 환율조작국 제외로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인 제스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중인 가운데서도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베트남에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면서 "모든 사용 가능한 선택지를 계속해서 평가할 것"이라고 사실상 상계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베트남도 그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부당함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상무부 등 관련기관들과 대화 채널을 구축해가면서 유연한 태도를 취해왔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지난 2월, 외환 매입 빈도를 하루에서 1주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SBV는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한 차례, 수요일에 외환을 매입하고 수요일이 공휴일이면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평일에 매입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베트남 환율조작국 지정을 두고 다분히 신흥국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무역역조 현상이 심해지자 미국이 가한 중국 환율 압력을 그대로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미국은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환율대비 수출입의 영향은 크게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가 불규칙적인 재무부의 보고서를 통해 환율정책을 정치화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때마침 주베트남 미국대사도 교체된다. 미 국무부는 최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주 베트남대사가 국무부 차관보로 옮겨가고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가 신임 주베트남대사로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내퍼 신임 대사는 2018년 8월부터 국무부에서 한일 담당 부차관보 업무를 수행했다.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지내기도 한 그는 국무부 내 동아시아 전문가로 한국어, 일본어를 포함해 베트남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푸쫑 베트남 서기장은 전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더욱 발전 될 것”이라며 “베트남은 베트남과 미국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베트남에 초청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최근 베트남서 강해지고 있는 반중정서에 양국은 남중국해(동해), 양안문제 등 대중견제구도라는 공통의 이익이 있는 상황이다. 신임 주베트남 미국대사의 부임과 함께 양국 관계가 새로운 관계 모색에 나서는 분위기로도 읽힌다.

하노이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지난 13차 당 결의안에서 밝힌 것처럼, 베트남에게 대미관계는 대중관계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며 “새롭게 구성된 팜민찐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관계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번 해법을 통해 향후 긍정적인 모멘텀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오른쪽)이 16일 관저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베트남 미국대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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