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大전환] 위드 코로나 출구전략···전문가 "위중증 환자 체계로 치료 중심 방역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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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전환욱 기자
입력 2021-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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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 코로나, 의료대응체계 개선 및 대비가 핵심

  • 확진자 관리도 병행해야…추적 시스템 강화

  • "실체 없다…실행 방안 명확히 해야" 신중론도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1년 반 넘게 장기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위드(With) 코로나'가 코로나19의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급부상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비해 위드 코로나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29일 감염병과 의료 정책 관련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실현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의료대응 체계 개선'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는 결국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방역'이 아닌 '치료'에 중심을 두는 것이므로 의료대응 체계가 미비해선 결코 현실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드 코로나의 선행 조건과 관련해 "이제는 중증 환자나 사망자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현재 치료 시스템은 코로나19 초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 교수는 "중증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치료가 안 되니까 생활치료센터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나"라며 "중증으로 가기 전에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만 하지 말고 미리 관리할 수 있도록 치료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이 된다는 가정 하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의료대응 체계의 수용력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중환자 치료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져야 한다. 수도권에만 집중할 문제가 아니라 전국이 균등하게 준비돼야 한다"며 "중환자 병상 진료와 케어가 가능한 의료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의료대응 체계가 준비돼야 한다"며 "환자를 줄이고,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그 정책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 대응 체계를 확충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지역사회의 1차 의료대응 시스템의 코로나19 대응력을 키워 '자가 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1차 의료대응 시스템이 안 갖춰진 국가다. 지역사회 기반의 만성질환 프로그램조차 없는 나라"라며 "코로나19 환자의 자가 치료를 공적 시스템에서 관리해야 한다. 보건소가 혼자 그 역할을 감당하기엔 힘들다. 따라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 거점 의원이나 클리닉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 18~49세 국민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이틀째인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체육문화회관에 설치된 백신 접종센터에서 시민이 백신을 맞기 위해 접종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일 확진자 수→위중증 환자 수' 체계 변경

현재 방역 당국의 코로나19 사태를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척도는 '일일 확진자 수'다. 매일 0시 기준으로 하루 치를 집계해 발표하는 확진자 수 추이를 바탕으로 확산세를 파악하고, 방역 대책을 수립해 운영해왔다. 위드 코로나가 현실화하면 이 같은 체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방역 중심이 아닌 치료 중심 체계로 전환되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가 위드 코로나 체계의 새로운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위원장은 "위드 코로나 체계에선 위중증 환자 숫자가 기준이 될 것이다. 하루에 발생하는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체계 수용력이 어느 정도냐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드 코로나에서도 확진자 추적은 강화돼야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가 전환되더라도 접촉자 추적 및 관리는 더욱 강화해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접촉자 관리 방안에서 누수되는 지점을 IT 기술을 활용해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홍 교수는 "기본적으로 접촉자 관리를 잘해서 확진자 숫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확진자·접촉자를 관리하는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인력이 태부족이다. 누수되는 부분이 많다"며 "당초 K-방역에 대해 얘기할 때 추적관리시스템이 잘 작동된다는 것이었는데, 1년 반 동안 발전을 못 했다. 향후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해 예방하는 식으로 확진자를 억제하는 부분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에선 마스크 벗을까?

1년 반 넘게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에서 겪는 대표적인 불편 요소는 단연 '마스크 착용'이다. 마스크 착용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절대 원칙이 된 지 오래다. 그만큼 '탈(脫)마스크' 가능 시점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더라도 탈마스크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마스크는 개인 방역에 있어 현재 최대·최고의 무기"라며 "위드코로나는 '확진자 제로'가 아니며 그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확진자가 하루 100명 수준이 된다면 탈마스크 선언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위원장은 "마스크는 상당히 오래 써야 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실내에서는 한동안 써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내년 봄에는 야외만 탈마스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천 교수는 "백신 바이러스가 느리게 퍼지면서 사라지는 시기가 내년 봄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때가 되면 백신 접종이 원활해지고, 국민들도 면역이 되어 있을 테고 코로나에 걸린다고 해도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4~5월 정도면 마스크를 벗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29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드 코로나? 실체 없다"··· 비판적 시각도

위드 코로나가 급부상하면서 코로나19 사태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아직 위드 코로나의 실체가 모호하다며 어떤 방향성을 담고 있는 정책인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위드 코로나’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우선 위드 코로나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라는 개념 자체가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 희망적인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효과, 목표 등에 대한 내용이 없다. 결국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싱가포르, 영국이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위드 휴먼(human)'을 할 생각이 없는데, 왜 인간이 위드 코로나를 말하나. 이는 단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률이 70%로 상위권이지만 여전히 사람 간 접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엔 ‘프리덤 데이’를 선언했다가 다시 환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작년에는 스웨덴이 집단면역 전략을 내세워 고령자만 격리하고 젊은 사람은 거리두기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확진자가 폭증한 사례도 있었다.

김 교수는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한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는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영국이나 스웨덴 사례처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위드 코로나를 성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목표와 구체적 실행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하고, 이후 조심스럽게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9말 10초에 위드 코로나를 검토한다는 정부의 말은 국민들을 희망 고문하는 것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부 "방역 체계 완화·일상 회복 방향성 두고 논의"

정부도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드 코로나의 개념은 정의 자체가 불분명하지만, 코로나19 위험성이 감소한 상태에서 일상회복을 하고 코로나19와 함께 사회를 운영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집단면역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이어 "최근 위드 코로나는 집단면역의 개념을 뛰어넘어 굉장히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방역조치를 최소화하는 경우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예방접종 진행 상황에 따라 방역체계를 완화하고 일상 회복 쪽에 방향성을 두면서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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