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패소에 한숨 돌린 금융사들…징계 CEO 줄소송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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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08-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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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중징계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사법부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이를 바라보던 여타 금융회사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향후 진행될 금융당국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선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손 회장이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DLF 관련 문책 경고 등 중징계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손 회장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감원은 손태승 회장이 이끌던 우리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만큼 중징계가 합당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손 회장 측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의 이번 행정소송 승소는 당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함영주 부회장 역시 현재 손 회장과 동일한 내용의 'DLF 제재'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지난해 초 손 회장과 함께 나란히 DLF 대규모 원금손실에 내부통제 관리 소홀 등 책임을 이유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아든 바 있다. 해당 소송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미뤄졌다 올해 4월 본격화됐다. 

현재 진행 중인 하나은행 라임·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제재심은 지난달 15일 첫 번째 제재심 이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초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 행장)은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다.

금투업계 또한 금감원 징계 확정 이후 금융위원회로 넘어간 CEO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혐의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3명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린 상태다. 지난 3월에는 옵티머스 사태 관련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도 내부통제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를 내렸다.

현재 금융회사 임원 제재 권한은 업권마다 다르다. 지배구조법 위반사항과 관련해 개별 금융법령 조치권자에 맞춰 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감원장이, 금융투자·금융지주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융위가 행사한다고 명시됐다. 앞서 금융위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경영진 제재 시점을 손 회장의 행정소송 1심 이후로 미루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법원과 입장을 달리하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판결 결과와 맞물려 중징계 강행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높다.

그동안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금융회사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시장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최근 선임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면서 “사후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감독당국 제재 관련 취소를 요구하는 금융사 CEO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금감원장의 강경 기조에 금융사 불만이 컸던 만큼 당국 결정이 다소 과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이번 소송처럼 금융회사들 역시 불복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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