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 계속된 엘니뇨·라니냐, 지구온난화가 없앨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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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8-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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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과학연구원 초고해상도 기후 시뮬레이션 수행 연구결과

지구에서 1만년 넘게 계속된 자연 기후변동 현상인 '엘니뇨'와 '라니냐'가 지구온난화로 없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미국 하와이대와 함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미래 엘니뇨-남방진동(ENSO)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IF 20.893)'에 'Future high-resolution El Niño-Southern Oscillation dynamic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ENSO란 적도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인 '엘니뇨'와 낮은 상태인 '라니냐' 사이의 순환을 말한다. 1만1000년 동안 중단 없이 지속된 강력한 자연 기후변동 현상이다.

연구진은 현재 기후 대비 이산화탄소 농도를 2배, 4배로 늘린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시 ENSO 온도 변동성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크리스티안 웬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연구원(전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 본 연구 주 저자)은 "이산화탄소 농도 2배 증가 시 변동성이 6% 약해지고, 4배가 되면 31% 약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기후에서 기온 증가로 증발이 늘면 ENSO에 '음의 피드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 엘니뇨 발달을 약화시킨다. 또 온난화로 적도 동·서태평양 사이 온도차가 줄면 '양의 피드백'이 약해져 ENSO 변동성도 약해진다. 온난화 기후에서 음의 피드백이 양의 피드백보다 강해지면 ENSO 현상에 따른 엘니뇨와 라니냐가 강하게 발달할 수 없다.

또 지구온난화 기후에서 약해지는 '열대 불안정파(tropical instability waves)'가 ENSO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열대 불안정파는 적도 동태평양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중규모 해양 파동이다. 일반적으로 라니냐 조건에서 발달한다. 차가운 해수의 용승으로 인한 적도 동태평양 해수를 적도 밖의 따뜻한 해수와 혼합해 라니냐 현상의 소멸을 가속한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지속적인 온난화가 수천 년 동안 계속된 가장 강력한 자연적 기후변동을 잠재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잠재적 상황이 지구 기후시스템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NSO 변화에 따른 국지적·지역적 규모의 기상과 기후 변화 특징에 대해 분석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IBS 기후물리연구단의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활용한 기후 시뮬레이션으로 수행됐다. 주로 100㎞ 해상도를 사용하는 기존 연구보다 해상도를 4배가량(대기 기준) 높여 해양 10㎞, 대기 25㎞의 공간해상도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대기와 해양에서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기상‧기후 현상들까지 상세하게 모의할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뚜렷한 ENSO 변동성 약화를 나타내고 여러 물리적 과정을 분석해 약화의 주요 원인을 밝혔다. 기존 연구에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열대 불안정파가 미래 ENSO 시스템 변동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였다.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수행한 초고해상도 대기·해양 결합 모델 시뮬레이션. 적도 태평양의 물결모양은 차가운 해수 흐름의 열대 불안정파 움직임을 나타낸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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