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①'민감한 혼종' 세계의 음악판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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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최지현 기자
입력 2021-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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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케이팝 세대를 이어온 다양한 변신이 매력

  • "'한국'이라는 매력을 직접 소비하려는 이들 한국 산업에 뛰어들기도"

케이팝(K-POP)의 성공이 전 세계 문화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 차트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번갈아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 아시아를 넘어 서구 언론마저 케이팝 가수들과 관련한 소소한 뉴스까지 보도하는, 한국인에겐 다소 '비현실적'인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분명 케이팝은 단기적 유행을 넘어선 세계 문화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아주경제의 기획 '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는 이처럼 한국문화에 대한 열광이 끓어오르는 2021년 현재 케이팝 속 개인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주로 다뤄졌던 케이팝 생산자들의 성취가 아닌 수용자들에게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다.

케이팝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팬 문화다. 케이팝의 팬들은 단순히 케이팝을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삶과 음악 활동에 깊숙하게 관여한다.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옥외 광고를 사들이고, 기부를 하며, 조직을 만들어 문화 산업에서 엄청난 소비의 위력을 보여준다. 케이팝 안무가인 카일 하나가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케이팝 팬들은 기존에 목격했던 팬들과 완전히 달랐다"면서 "팬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케이팝 문화를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처럼 주체적인 팬들에게 케이팝은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떤 개인에게 케이팝은 한국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고, 어떤 이들에게 케이팝은 미래를 향한 꿈이라는 목표가 된다. 아주경제는 거시적인 담론 속에서 케이팝이 아닌 개개인의 삶에 녹아들어 그들의 서사를 바꾸고 있는 케이팝의 다양한 얼굴들을 만나면서, 향후 케이팝의 미래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져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방탄소년단(BTS).[사진=방탄소년단 트위터]

 
케이팝 이후 음악 산업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온라인판에는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와 크러쉬가 교제 사실을 밝혔다는 내용의 기사(K-Pop Fans Share Delight As Red Velvet's Joy and Crush Confirm They're Dating)가 실렸다. 한국 시간으로 23일 알려진 두 스타의 열애 소식이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된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케이팝(K-POP) 관련 뉴스에 이제 국경은 없어 보인다.

'왜 모두 케이팝에 열광하는가?'는 이미 오래된 질문이 됐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는 수없는 문답을 이어왔다. 2018년 8월 음악전문잡지인 롤링스톤스에 실린 '어떻게 케이팝은 서구를 점령했나(How K-Pop Conquered the West)'를 비롯해 이듬해 5월에는 영국 BBC가 '어떻게 케이팝은 세계를 정복했나(How did K-Pop conquer the world?)'라는 질문을 던졌다. 올해 7월 워싱턴포스트(WP)도 '왜 케이팝이 인기가 있을까?(Why is K-pop so popular?)'라는 기사를 통해 케이팝 현상(phenomenon)을 분석했다.

글로벌 패션잡지 엘르(ELLE)는 최근 "한국은 할리우드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언어학습 애플리케이션에서 두 번째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언어는 바로 한국어였다"고 지적했다.

2020년 한 해에만 케이팝 관련 트윗은 67억개에 달한다. 올해 6월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75억개다. 게다가 한국은 트윗의 양과 사용자 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트윗의 양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1, 2위를 차지하며 한국을 앞섰다. 한국의 케이팝 트윗 사용자 수는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에 밀려 4위다.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에서 BTS 세트를 내놓는가 하면 예전 할리우드 스타나 세계적 슈퍼모델의 전유물이던 글로벌 명품의 모델로 케이팝 스타들이 섭외되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다. 

세계인의 귀로 흘러든 케이팝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참여한 '2021 해외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연상 이미지에서 케이팝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한식이 1위를 차지했던 2016년을 제외하면, 케이팝은 2014년부터 한국의 대표적 문화콘텐츠 왕좌를 내준 적이 없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민감한 혼종, 시대에 발빠르게 맞춰서 변신
아주경제는 23일 본사에서 대중음악평론가이자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이기도 한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를 만나 최근 몇 년간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는 케이팝 현상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 평론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음악에 대한 평론을 담은 '대중음악 리딩게임 K-POP 40'를 펴낸 바 있으며, 문화전문매체 '인디포스트'의 수석에디터를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음악산업백서 작성에도 매년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취향Y', '재즈피플', '캐쉬미어' 등 다양한 음악 매체 필진이다. 

정 평론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세대'를 이어가면서 성장하고 있는 케이팝의 가장 큰 특징으로 '빠른 변신'을 꼽는다. 음악적 특징과 시스템 변화로 분류할 경우 2021년 케이팝은 이미 4세대에 이르렀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HOT를 선두로 한 1세대 이후 케이팝은 꾸준한 진화를 이어왔다. 어떤 특정한 음악적 장르로 묶기에는 지나치게 다양해졌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새롭게 변형시키는 독보적 순발력은 케이팝을 가장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 잡게 만드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라는 게 정 평론가의 지적이다. 다음은 정 평론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 [사진=유대길 기자(dbeorlf123@ajunews.com)]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자주 반복된 질문이기는 하지만, 장기간 케이팝이 강력한 문화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한국 아이돌이 주도하는 케이팝 시장은 눈에 보이는 퍼포먼스 위주의 콘텐츠가 많다. 음악은 듣는 장르지만, 20세기 이후 시각적 부분도 매우 중요하게 됐다. 음원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통해 소비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한국형 아이돌은 완성도 높은 공연과 다각적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화려한 자극을 선사하면서 대중을 사로잡았다.

케이팝 초기에는 지금과 같이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서구권에서는 마니아들만 관심이 있었다. 비슷한 문화권인 아시아에 먼저 빠르고 폭넓게 퍼졌다. 그랬던 케이팝이 이렇게 장기적으로 폭넓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혼종성'이라고 본다. 과거 아시아에서 홍콩 문화를 기반으로 한 시팝(C-POP)과 일본의 제이팝(J-POP)이 큰 인기를 끈 시기도 있었다. 시팝과 제이팝은 특정한 양식이 있었다.

지금 케이팝도 한국식 화장, 스타일을 비롯해 강력한 댄스음악을 대표로 하는 특징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적용시키면서 진화한 측면도 매우 크다. 1세대에서 소멸되지 않고, 3, 4세대로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10년 전 케이팝과 지금의 케이팝은 다르다. 케이팝은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오랜 기간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탄소년단(BTS)의 시스템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사례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의 성공은 이제 다른 케이팝 아티스트 혹은 다른 나라의 음악산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문화 소비에서 쏠림 현상이 크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 이 같은 환경이 케이팝을 민감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과거에는 기획사가 외국 시장을 노려 외국인 연습생을 뽑았다면, 최근에는 외국인이 직접 오디션에 참여하거나 직접 케이팝 문화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케이팝 문화가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 시대를 반영해 변화해가고 있기에 한국 케이팝에 직접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본다. 아이돌은 말 그대로 우상이다. 현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이들이다. 케이팝은 가장 최신의 세련된 문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동참하고 싶게끔 상품을 잘 다듬고 있다.

중국도 케이팝의 음악과 시스템을 많이 모방한다. 음악만 들었을 때는 5~6년 전 한국 음악과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지금과는 다르다. 케이팝을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케이팝은 이미 변화해 있다. 모방해서 내놓는 순간 그것은 이미 3~4년 전, 5~6년 전의 것이다. 따라서 케이팝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선 현지에서 비슷한 스타일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직접 와서 문화 속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케이팝은 문화다. 기술이나 운동과는 다르다. 한국어 가사를 통해 한국에서 소비된다는 것도 중요한 정체성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문화 자체를 케이팝과 함께 소비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케이팝 열광의 시대는 계속될 수 있을까?

=케이팝은 기본적으로 미디어 친화성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두드러지게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이게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빠르게 변화한다는 케이팝의 특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다른 문화권과 괴리를 일으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양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나라의 스타일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해외에서 자생한 케이팝이 향후에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유행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케이팝이 장기화하고 오래 살아남으면 충분히 현지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아주경제의 '케이팝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나'를 통해 개인에 주목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케이팝의 성공에 대한 논의는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사후적이었다. 인기가 한창 있던 시기가 아니라 장기간이 지난 뒤 인기의 원인과 현상을 논하는 이른바 '뒤따르기' 분석이 많았다. 다만 케이팝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흐름이라는 트렌드가 되면서 이제는 분석들이 현상을 어느 정도 따라잡고 있다. 그럼에도 분석들 대부분이 경제 영향력 분석을 비롯해 거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케이팝 팬 혹은 참여 주체자들의 시선으로 접근한 예는 없었다. 때문에 이번 아주경제의 기획은 반가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과연 어떤 시선들이 나올지,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에 대해서 궁금하고 기대하는 바도 크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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