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규대출 중단 초강수...'대출 보릿고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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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1-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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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 요구를 받아온 NH농협은행이 11월 말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 신청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시내 농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총력전에 나서면서 '대출 보릿고개'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몇몇 은행이 일부 대출상품 신규 공급을 중단한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호금융권인 마을농협은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할 전망이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대책이다. 저축은행도 대출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은행들, 대출 증가율 목표치 근접...대출 옥죄기 불가피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총잔액은 695조7084억원이다. 지난해 말(670조1539억원)보다 약 3.8% 증가한 규모다. 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지난해 말 대비 5~6%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올해가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연간 증가율 목표인 6% 이내를 맞추려면 은행들은 대출 증가 속도를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7.3% 증가해 이미 당국의 연간 기준치를 넘어섰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4.2%로 높은 편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9%, 신한은행은 2.1%로 뒤를 이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자 당국은 5월 말부터 은행들로부터 월간 대출 관리계획과 이전 계획의 이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목표치를 넘어버린 농협은행은 당국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19일 '가계담보대출 신규 취급 중단' 카드를 내놨다. 우리은행은 분기별로 한도를 두고 취급하던 전세자금대출의 3분기 한도가 이미 소진돼 다음달 말까지 제한적으로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연동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오는 30일부터는 이 대출의 우대금리도 조건별로 0.2∼0.3%포인트 줄인다.

은행의 자체적인 '대출 옥죄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정도의 조치가 아니더라도 모든 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상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이미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올해 1월 최저 연 2.19%, 최고 연 3.74%였지만 이달 19일 기준 최저 2.28%, 최고 4.01%로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1월 말 연 2.417∼4.071%에서 19일 연 2.48∼4.65%로 금리 상단이 0.6%포인트가량 올랐다.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판매 중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 연계 주담대 상품을 없애는 것은 대출 한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앞서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이 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특별관리 대상' 농협, 준·비조합원 신규대출 일시 중단
상호금융권인 단위농협도 금융당국의 특별관리 대상이다. 지난달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제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5조6000억원 가운데 농협이 2조3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상반기에는 상호금융권에서 9조4000억원이 늘었는데, 이 중 8조1600억원이 농협 증가액이었다. 주담대가 약 3조8000억원, 신용대출은 7000억원 증가했다.

당국은 농협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0%, 상호금융권 전체는 4.5%로 잡았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미 농협과 상호금융 모두 목표치의 90%가량을 채운 상태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를 찾아 총 7가지 방안을 담은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보고했다. 전국 농협의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이후 각 조합별로 목표치를 설정해 운영하고 60%인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자체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DSR 점진적 축소는 신규 공급 축소로 이어져 조 단위의 대출 감축 효과를 담고 있었다. 집단대출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단위농협에 한해 지난 7월부터 자체적으로 중단하고 있지만, 이를 모든 농협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농협중앙회의 이러한 계획이 미흡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국은 중앙회에 전국 농협의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농협 대출은 조합원 28.6%, 준조합원 31.5%, 비조합원 38.9%다. 중앙회 측은 "지난 20일 금융위에 보고한 관리 대책에 이 방안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23일 금융위와 협의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신용대출 한도 '연봉 이내'로 축소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권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운영하라고 주문했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은행권보다는 낮지만 정액으로 1억~1억5000만원 한도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저축은행업권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21%(중금리대출 포함)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며 주간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의 중금리대출을 제외한 자체 신용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4%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목표치를 초과했거나 근접한 저축은행에는 경영진 면담을 통해 관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1주일 전 은행권에 대출한도를 차주의 연봉 이내로 축소할 것을 주문했고 은행권이 이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높은 부도율을 고려해 저축은행이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하는 방안 등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중단과 같은 '특단의 대책'은 총량 목표치를 넘어섰거나 근접한 일부 금융회사에 한정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런 특별관리가 다른 금융회사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계부채 연착륙 추진 과정에서 대출 어려움이 생기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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