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人]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선 순위는 ‘내부 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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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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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구속 207일 만인 지난 13일 가석방됐다. 그는 가석방 이후 공식적인 대외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내부 결속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가석방 당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주요 경영진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부회장은 아직 공식적인 대외 행보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17일 개최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했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으나 경영활동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본인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속내를 밝힌 뒤 별다른 대외 메시지를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각에서는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그의 가석방을 두고 ‘재벌 특혜’라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이 부회장이 ‘은둔’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제한 적용을 받는 이 부회장이 대외 활동에 나서는 경우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경영 현안을 챙기며 내부 결속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분석이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 비상임·미등기 임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취업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19일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며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부회장이 취업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박 장관의 견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등 부당한 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계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내부 결속에 치중해야 할 정도로 삼성이 처한 상황이 ‘풍전등화’라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이 부회장은 200일 이상 제한된 정보만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요동쳤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에 따른 비대면 수요 증가와 수요 분출(펜트업)이 겹치면서 디지털화를 가속해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반도체 업계는 중장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실제 인텔은 올해 3월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금 도전하겠다는 내용의 ‘IDM 2.0’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퀄컴과 아마존을 고객사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도 올해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향후 3년간 설비 투자를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이 부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19년 발표했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의 투자 규모를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207일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만큼 그간 쌓인 현안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한 뒤 시급한 사안부터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그가 대외에 내보내는 첫 번째 메시지에 글로벌 경제계가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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