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20세기 유행한 '금융억압' 질서, 코로나 팬데믹에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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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08-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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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금융시장,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10년물 국채금리 저점…기이한 현상"

  • "금융억압 체제 속 장기금리는 물가상승률 아닌 정부 지도 및 정책에 좌우"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20세기 중반에나 유행했던 '금융억압이론'이 (코로나)팬데믹에 재등장했다"며 "팬데믹이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을 뒤죽박죽 흔들고 있다"며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시각을 내비쳤다. 

지난 3월 1년 7개월 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코노미스트'로의 자아를 선언한 김 전 차관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거꾸로 뒤집힌 금융시장' 제하의 글을 통해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올들어 이례적으로 높은 4~5%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반면 10년물 미국국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해 역사적 저점(1.3%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3%대에 달하는데 사람들이 앞다퉈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면서 "내로라 하는 헤지펀드들이 연초 인플레이션 숫자가 높게 나오자 장기금리 상승쪽에 세게 베팅을 걸었지만 장기금리는 봄에 반짝 상승하다 여름들어 큰 폭으로 떨어져 엄청난 자본손실을 봤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이같은 기이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와 헤지펀드들이 무엇을 놓쳤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가장 흔한 설명은 시장참가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미래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장기금리가 인플레이션보다 덜 상승한다면 그럴 듯 하겠지만 정반대로 떨어지는 이상반응을 미래의 암울한 경기전망으로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사들여 장기국채 금리가 인위적으로 낮게(장기국채 가격 상승)유지된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정도가 인플레이션은 높아지는데 장기금리는 더욱 낮아질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 전 차관은 이어 이같은 현상을 해석하는데 유명 애널리스트 러셀 내피어(Russel Napier)의 발언이 가장 설득력 있다며 그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최근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의 직접 정부부채와 간접 보증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이 시점이 20세기 중반에 유행했던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의 질서가 다시 시작되고 고착화되어 가는 초입이라는 것이다. 

김 전 차관에 따르면 금융억압이론은 개도국들이 경제개발자금을 값싸게 조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해서 차입자(기업)를 우대하고 저축에 보이지 않는 세금을 부과하는 체제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금리자유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1990년대 초까지 이 전략을 널리 활용했다.

김 전 차관은 "금융억압 체제에서 장기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연동되지 않고(디커플링) 정부의 인위적인 지도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지나온 시대의 유물로 경제발전론에나 등장하는 이론이 몇 십년이 지나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유력한 후보로 등장했다"며 유래없는 상황 속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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