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상파 소유겸영 규제 개선에 대해 이제는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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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입력 2021-08-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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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온라인 기반 동영상서비스(OTT)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으로 진입한 이후 국내 미디어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IPTV는 OTT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IPTV가 국내 유료방송산업의 지배자가 된 지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도전자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OTT가 시장에 유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글로벌 OTT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를 포함한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만든 킹덤을 비롯해 대형 프로젝트들이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OTT 사업자들의 투자를 받으면서 다양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으로 그동안 방송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 사업자인 지상파 사업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콘텐츠 수급을 고려할 때, 당연히 지상파를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거래대가 분쟁도 지상파를 중심으로 발생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MPP 사업자나 종편 사업자들에게 그 위치를 물려주게 되었다. 그리고 지상파 콘텐츠 품질이 많은 시청자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지상파 사업자의 규모다. 통산 지상파가 국내에서 가장 큰 사업자라는 인식이 많으나 실제로는 SBS가 CJ ENM의 10분의1 규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에 대한 최대 주주 제한이 존재한다. 소위 소유 겸영 규제라고 하는데, 최대 주주의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초과하면, 즉 대기업은 지상파를 소유할 수 없다. 문제는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위해서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10조원 이상 대기업의 진출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과연 투자 확대가 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독일의 경우 대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보장하고 있다. 시장 진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시청 점유율만 고려하는 사후규제를 방송규제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규모는 제한하지 않고 유효한 경쟁 시장인가만 판단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를 제한한 결과, 최대 주주의 자산이 증가하면 지상파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운영 효율성 제고가 어려운 실정이다.

투자 확대를 위한 증자가 불가능하고, 대기업 지분 제한으로 인해 유력한 플랫폼 사업자의 투자분을 매각해야 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문제는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에 진입하면서 투자금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지분 교환을 통한 강력한 협력모델 구축도 필요하다. 플랫폼 확장에 따른 콘텐츠 수요에 부응하고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콘텐츠 생산 부분에 대한 최대주주의 추가 투자, 협력 대상 기업과의 지분 교환, 필요한 제작 요소 기업의 인수 등이 자유롭도록 최대 주주의 자산 규모 증가에 대한 제한 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상파를 제외한 미디어 산업의 주요한 사업자들은 사업영역의 확장을 위해 기업을 인수 또는 매각하거나 인수·합병을 하여 생존을 위한 성장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상파만 유독히 최대 주주의 자산 규모를 제한하여, OTT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 있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이 제한 받고 있다. 이에 따른 결과는 결국 콘텐츠 품질 저하와 함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과의 거래대가 협상에서 논란을 야기시키는 가장 큰 이유다. 스스로 자본 확충이 어려우니 대가 산정에서 이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운영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산총액 10조원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제 충분한 자본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왔음을 고려해야 한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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