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지키기] 방과 후 보충, 심폐소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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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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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 규모 확대 긍정적이지만 사후약방문"

  • "교실 환경·교사 근무 여건 먼저 개선해야"

교육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습 결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여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국가 차원 학력 진단 시행, 교원 행정업무 경감 등 더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교육부 "학습 도움닫기로 기초학력 세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2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 203만명을 대상으로 '학습 도움닫기'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전체 초·중·고교 학생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학습 도움닫기는 교과보충 집중 프로그램이다. 희망 학생 3~5명을 묶어 수업반을 개설하고, 교사가 방과 후 또는 방학 중에 학생 맞춤형으로 집중 지도하는 방식이다. 중위권 학생이라도 학력이 이전보다 떨어져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지원할 수 있다.

교육부는 우선 올해 2학기에 학생 69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내년에 전체 초·중·고교생(약 543만명)의 20% 수준인 109만명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강료는 특별교부금 5700억원을 활용해 약 178만명에게 전액 지원한다. 교육부가 목표로 한 203만명은 학습 컨설팅 대상 학생도 포함한 수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업, 학생 심리 모두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며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을 투입하면 예산 부족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개학 이후 EBS 인공지능(AI) 학습진단시스템과 정서행동특성검사 등을 통해 학습 결손을 진단하고, 회복 프로그램과 연계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교대·사범대생을 활용한 소규모 학습 보충과 상담을 돕는 '튜터링'을 실시한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초교 협력수업 운영 학교도 기존 1700개교에서 2200개교로 확대한다.

학습 결손은 짐작에 그치지 않고 가시화한 상태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영어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63.9%로, 전년(72.6%)보다 8.7%포인트 떨어졌다. 국어과목도 같은 기간 82.9%에서 75.4%로 7.5%포인트 하락했다.

고등학교 학업성취도도 국어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69.8%로 전년(77.5%) 대비 7.7%포인트 줄었다. 보통학력은 학생이 수업 기본내용을 상당 부분 이해한 정도 수준을 가리킨다.

반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6년보다 2~3배가량 늘었다. 중학교 국어과목은 2.0%에서 6.4%로, 수학과목은 4.9%에서 13.4%로 각각 증가했다. 고등학교 국어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이 기간 3.2%에서 6.8%로, 수학과목은 5.3%에서 13.5%로 뛰었다.

◇교육계 "교실 환경·교사 근무 여건부터 바뀌어야"
 

수도권 중학교 등교수업이 확대된 지난 6월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담임교사와 조회를 하며 방역 수칙을 교육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 당시 해결 방안으로 '등교수업 확대'를 내놨다. 직업계고 등교 유연화와 함께 수도권 중학교 등교 확대를 위해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밀집도 기준 원칙도 상향 조정했다.

이에 교육계는 교육부가 "선언적·구호성 대책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학력 저하 현상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조짐이 보였는데 뒤늦게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고, 이후 더 두드러졌다"며 "그럼에도 현 정부는 평가 경시·거부 기조에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회복프로젝트 추진, 교육회복추진위원회 구성 등 거창한 말만 할 뿐 특별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평가 경시·거부 기조란 교육부가 지난 2017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에서 표집조사로 축소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도 중3·고2 학생 전체(77만1563명)에서 3%에 해당하는 2만1179명만 평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등교수업 확대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상 조기 여름방학에 이어 당장 2학기 개학과 동시에 등교수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수도권은 지금처럼 4단계가 지속되면 전면 원격수업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게 '교육회복 종합방안'이다. 교육계에서는 "취약계층 학생 학습 결손과 정서 회복을 돕고, 지원 규모 등을 확대한 것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면 여전히 '사후약방문식 대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교총은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고, 학생은 배움에 충실하도록 교실 환경과 교사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근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학생 학습 결손 완화와 정서 회복이 학교·교사 헌신, 열정에만 의존하는 방식이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교원 행정업무 경감 등을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교사가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교원 행정업무를 혁신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학습지원 계획과 함께 교원 업무 정상화 계획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학급당 28명 이상 과밀학급 해소 3개년 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선 "너무 안일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 2학기 1155개교에 특별교실 전환, 이동식(모듈러) 교실 설치, 학급 증축 등을 통해 추가 학급을 확보하기로 했다. 예산은 1500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4년까지 총 3조원 규모로 진행된다.

이에 전교조는 "과밀학급 기준이 너무 높다"며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학생 참여형 수업 등 질 높은 수업을 위해서라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가 교육 결손을 막기 위해선 2학기 전면등교 기조를 유지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교육 내용과 수준의 적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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