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수사관행에 칼 빼든 공수처…檢 '제 식구 감싸기'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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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7-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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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견제받지 않는 권력 법조 카르텔

  • 뒤늦게 확인된 故 김홍영 검사 사건

  • 공수처 출범에도 제 식구 감싸기 여전

故 김홍영 검사 추모패. [사진=아주경제 DB.]

 
한국 사회 변화의 고비마다 제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양지로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언론으로 쏟아지는 제보였다.

제보가 얼마큼 성실히 파헤쳐지느냐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제보가 힘을 쓰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사법부·검찰 관련 제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정치의 영역으로 뛰어들면서 최근 사법부와 검찰에 관련한 제보들은 다시 조명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8년간 윤 전 총장의 가족과 싸워온 정대택씨의 제보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 전까지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는 폭로도 사기꾼의 거짓으로 치부됐었다.

하지만 최근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와 정씨가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모씨의 모해위증 혐의를 재수사해달라고 낸 재항고 사건에 대해 대검은 대기수사를 명령했다.

또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해서도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해당 검사들이 "그런 술자리에 간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보도를 했고, 검찰에서는 이른바 '검사 불기소 세트' 등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검사와 판사, 그들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인물들의 제보는 사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축소해주고 덮어주는 그간의 '카르텔'에 기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카르텔의 다른말 '제 식구 감싸기'

지난해 연말 온 국민의 조롱을 받았던 사건이 있다. 룸살롱 술접대 검사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에서 나온 이른바 '검사 불기소 세트' 논란이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총액 536억원 술 접대를 받은 검사 3명 중 1명만 기소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나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서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 1명과 현직 검사 3명이 포함된 술접대 자리에서 2명은 오후 11시 이전에 자리를 떴기 때문에 향응 액수가 100만원에 못 미친다고 해명했다. 이른바 '검사 불기소 세트' 논란의 시작이다.

이들은 술 접대 사건이 불거진 이후 모두 일선에서 근무하면서 비판이 일었다.

◆뒤늦게 인정된 '故 김홍영 검사' 사건

상습폭행으로 고(故) 김홍영 검사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2016년 3~5월 네 차례 후배 김 검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검사는 그해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업무 압박감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다만 동기들과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메시지에서 상사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의혹이 커졌다.

당시 법무부는 김 검사의 직속상관이던 김씨가 김 검사를 2년간 상습폭행했다고 보고 그해 8월 김씨를 해임 처분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의 폭행이 형사처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며 그를 수사하지 않았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가 형사처벌 없이 해임된 김씨를 강요와 폭행·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2019년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에게 폭행 혐의만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출범에도…바뀐 것 없는 '제 식구 감싸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 목적은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수뢰·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공수처는 3급 이상 공무원의 범죄를 수사한 뒤 기소 판단은 검찰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통해 그간 문제로 지적돼 왔던 고질적 관행이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그러나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대검 비공개 예규 전문에는 검사의 비위와 관련된 진정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지 말라는 취지의 조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대검 예규(고위공직자범죄 및 조사·진정 사건 이송·이첩 등에 관한 지침) 제13조에는 "검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음 각호의 조사사건 또는 진정사건을 검사 이외의 다른 수사기관에 이송 또는 이첩하여서는 아니된다"면서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진정사건"(제1항 3호)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제13조 2항에는 "검사는 전항의 조사·진정 사건에 관하여 착수 경위·진행 전도 및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건유예·불입건·공람종결 또는 각하 등으로 종국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조문들은 검사의 비위를 공수처에 즉각 이첩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제9조 3항은 "대검찰청 주무 부서는 다음 각호의 사항에 유의하여 검찰총장에게 이첩요청 사건의 공수처 이첩에 대한 승인 여부를 건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검사의 비위는 검사가 수사한다는 식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 또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법조 카르텔이라는 비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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