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특허戰] 코웨이 vs 청호나이스 ‘7년+α 전쟁’…과연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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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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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7년여간 벌여온 100억원대 '얼음정수기 특허' 특허 분쟁이 당분간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얼음정수기 기술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쟁점인 '특허 무효'에 대해 6년째 공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와 렌털업계 등에 따르면 코웨이 측은 최근 특허법원 제2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특허법원이 코웨이가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낸 특허 등록 무효 소송에서 청호나이스의 특허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이의를 제기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 위해서다. 코웨이 측은 “지난달 판결 이후 상고 기한이 다가와 상고장을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 모델 임영웅과 살균얼음정수기 '세니타' [사진=청호나이스 제공]


◆2014년 코웨이 vs 청호나이스 특허소송 시작

얼음정수기 특허를 둘러싼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간 소송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호나이스는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얻을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 및 장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코웨이가 2012년 출시한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가 특허 전쟁의 발로가 됐다.

청호나이스는 이 제품이 자사의 ‘이과수 얼음정수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기술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2015년 2월 청호나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코웨이에 관련 제품 설비를 폐기하고 손해배상 청구액 1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코웨이는 2개월 뒤인 같은 해 4월 특허심판원에 청호나이스의 특허 발명에 대한 등록 무효 심판(특허 무효 소송)을 청구하며 대응에 나섰다.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 특허 자체의 무효를 주장한 것이다. 특허 무효가 받아들여지면 코웨이가 청호나이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특허심판원은 코웨이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코웨이는 다시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자 특허법원은 2016년 ‘청호나이스 특허에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호나이스가 발명 내용과 설계도면을 구체화하는 등 특허 내용 일부를 변경하는 정정 청구로 맞섰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특허법원 “청호나이스, 제빙·냉수 시스템 특허기술 진보성 인정”

환송 사건을 다시 심리한 특허법원 제2부(김상우 부장판사)는 원고(코웨이)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정 발명 역시 진보성이 없다는 취지의 코웨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기술자가 쉽게 따라 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기술적 차이점이 있다”며 “일부 요소는 구체적 구성과 작동방식이 선행 발명과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정정 발명이 기재요건에 어긋나는 만큼 무효라는 코웨이의 주장 역시 특허법 기재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배척했다.

이처럼 특허법원이 코웨이의 특허 무효 청구를 기각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코웨이 측이 “2012년 단종된 정수기에 대한 소송으로 회사 비즈니스에는 영향이 없다”면서도 결국 상고를 결정, 소송전의 끝이 보이지 않게 됐다.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한 코웨이 'AIS 정수기' 광고 [사진=코웨이 제공]


이와 별개로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100억원 규모의 얼음정수기 특허침해 청구 소송 2심은 특허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며 현재 중단된 상태다.

코웨이가 상고한 특허 무효 소송에 대해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만 해당 소송을 다시 진행할 수 있지만,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특허 무효 소송의 결론이 빠르게 나오더라도, 특허침해 소송 또한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코웨이의 배상 여부가 판가름 나는 등, 사건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는 양사 간의 특허 분쟁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사 얼음정수기 판매 경쟁, 특급 모델 내세워 ‘장외 전쟁’ 방불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얼음정수기를 둘러싼 특허 전쟁과 별도로 여름 성수기를 맞아 판촉도 전쟁을 방불케 하는 열띤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자 요즘 대세 가수를 특급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청호나이스는 대세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전격 기용, 매출은 물론 기업의 대외이미지까지 올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임영웅을 기용한 이후 올해 상반기 청호나이스의 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임영웅이 모델로 광고한 제품은 ‘살균 얼음정수기 세니타’다. 세니타는 해당 기간 매출이 35% 올라 정수기 강자로서의 부활 신호탄을 쐈다.

세니타의 인기를 발판 삼아 커피얼음정수기 ‘휘카페’의 판매량도 급상승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최근 휘카페 누적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정수·냉수·온수·얼음에 커피까지 가능한 커피얼음정수기로, 2014년 7월 첫 출시된 이후 청호나이스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이에 질세라, 코웨이는 지난 4월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정수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침대 매트리스 등 여름 렌털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BTS가 잇달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하면서 코웨이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코웨이는 ‘국민 렌털기업’으로 통할 정도로 확실하게 입지를 다졌다. 2006년 진출 이후 ‘한국형 렌털·코디 시스템’을 도입해 현지 정수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현지 정수기 기업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하는 등 현지화에도 심혈을 기울인 결과, 2010년부터 꾸준하게 말레이시아 1위 정수기 기업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BTS의 해외 ‘아미(ARMY: BTS의 팬클럽 이름)’ 중에서도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유튜브 통계상 BTS의 음악을 11번째로 많이 듣는 국가로,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를 기점으로 동남아 시장 점유율을 넓힐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코웨이는 국내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홈 시장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게임 업체 넷마블에 인수된 코웨이는 넷마블이 축적한 최신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구독 경제 플랫폼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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