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협상 끝 현대차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성공...“완성차업계 바통 이어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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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류혜경 기자
입력 2021-07-21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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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성과금 200%+350만원 등 한발씩 양보 통해 합의

  • 27일 조합원 투표 통해 마무리... 한국지엠·르노도 주목

현대자동차 노사가 20일 약 9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무분규 잠정합의를 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7차 교섭에서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한발씩 물러서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1일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 너머로 울산항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성과금 200%+350만원 등 한발씩 양보 통해 합의
2019년 이후 3년 연속 무분규 합의에 성공한 것이다. 노조는 앞서 2019년 일본의 경제도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년 연속 파업을 하지 않았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담았다.

사측이 당초 노조에 제시했던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와 300만원,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보다 대폭 상승된 수치다. 다만 사측은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 경영권을 침해하는 노조 요구에 대해선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노사는 올해 잠정합의안에 자동차 산업 격변기 속 미래 준비와 고용 안정을 위한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새롭게 추가했다. 전동화와 신사업 전환기 글로벌 생존 경쟁에 대응해 국내 공장·연구소가 선도기지 역할을 지속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안정 확보, 부품 협력사 상생 실천, 고객·국민 신뢰를 강화를 위해서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고수익화, 시장 수요와 연동한 적기 생산을 통해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이를 국내 공장과 연구소에 지속해서 투자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관련 시장 상황과 각종 규제, 생산방식, 사업성 등이 조건을 충족하면 품질 향상, 다품종 생산체제 전환 등과 연계해 국내 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올해 현대차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일반·연구직 처우도 개선한다. 우선 초과 연장근로 수당과 학자금 대출 지원 프로그램 등의 확대에 합의했다.

부품 협력사 상생 지원을 통해 자동차산업 미래 경쟁력 확보도 함께하기로 했다. 부품 협력사 경영난 해소를 위해 1200억원을 출연한 '상생 특별보증', '동반성장 펀드' 등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부품 협력사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2874억원을 출연한 '미래성장상생펀드', '2, 3차사 전용 펀드' 등을 지속해서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가 5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단협 관련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조합원 투표 통해 마무리...한국지엠·르노도 주목
이번 잠정합의안이 27일 열리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올해 임단협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가 노사 합의에 성공하면서 다른 업체의 임단협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지엠(GM) 역시 노조의 쟁의권 확보로 파업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19일 한국지엠 노사의 임금협상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이미 파업을 가결한 상태라 중노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측이 부평2공장에 추가로 생산 물량을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생산 일정이 내년 7월까지로만 돼 있는 부평2공장에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투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부평2공장의 근로자를 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회사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노조는 구조조정의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교섭 재개를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5월 노조가 회사의 기본급 2년 동결 요구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서자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며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물량 확보가 시급해진 사측이 직장폐쇄를 풀고 노조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느라 파업을 중단하면서 2교대 근무 체제로 원상복귀한 상황이다.

파업을 단행했던 르노삼성차 기업 노조가 다시 교섭대표 노조로 결정됐지만, 노사 양측이 XM3 수출 호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추가적인 생산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교섭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다른 완성차 노조원 다수도 여름휴가 전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다른 완성차업계도 현대차 노조의 바통을 이어받아 합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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