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 디디추싱이 불러온 중국 차량공유 업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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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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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퇀 차량공유 서비스 재개... 경쟁 업체들 쿠폰 뿌리고 기사 모집 혈안

  • "단기적으론 변화 없어도 장기적으론 업체별 점유율 바뀔 듯 "

[사진=디디추싱 로고]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차량공유 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시장 절대 강자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신규 회원 유치와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가 당국 제재로 인해 금지되면서다.

디디추싱 성장세의 빈틈을 노린 다수 경쟁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세에 나서면서, 중국 차량공유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고 중국 21세기경제보도가 최근 보도했다.
디디추싱 손·발 묶이자 경쟁업체 점유율 확대 총공세
보도에 따르면 차량공유 업계에서 수년간 운전기사로 일해왔던 왕 씨는 이달 초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인 메이퇀(美團)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자사의 차량공유 서비스 운전기사 모집 지원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메이퇀은 최고 1000위안(약 17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왕씨를 설득했다.

메이퇀이 돌연 운전기사 모집에 나선 것은 이달 초 차량공유 서비스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메이퇀은 지난 2017년 차량공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디디추싱에 크게 밀리며 2년 만에 해당 사업을 접은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0일부터 음식 주문 앱에 차량 호출 기능을 추가했다.

주목되는 점은 메이퇀 외에 다른 차량공유 업체들도 큰 혜택을 앞세워 기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오더지도 산하 가오더추싱(高德出行)은 7~9월 사이 신규 등록된 기사에게 운행 첫 3일간 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며 기사 모집에 나섰다. 이처럼 수수료 면제 혜택을 앞세워 기사 모집에 나선 차량공유 업체는 무려 100곳에 달한다고 21세기경제보도는 설명했다.

기사 모집뿐 아니라 승객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자동차업체 이치자동차 산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T3는 이달 15개 도시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에도 광고를 게재하며 대대적으로 회사를 홍보하고 있으며, 광고를 클릭하면 자사 서비스 이용 시 할인을 적용해주는 쿠폰도 발급하고 있다.

지리자동차 계열의 차량공유 업체 차오차오추싱(曹操出行)도 최근 신규 가입자들에게 최대 30%의 할인이 가능한 쿠폰을 뿌리고 있다.

이외 가오더추싱과 샹다오추싱(享道出行), 서우치웨처(首氣約車) 등도 할인 쿠폰 지급 마케팅에 나섰다.
디디추싱 최장 45일간 신규 사업확대 금지
차량공유 업체들이 이처럼 사업확대와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디디추싱의 신규 사업 확대가 당국 규제로 인해 가로막히면서다. 업계 1위의 손발이 묶인 것이 경쟁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된 것이다.

지난 4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디디추싱의 신규회원 가입 중단과 앱 다운로드 금지를 명령했다. 국가 데이터안보 위험 방지, 국가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을 위해 디디추싱에 대한 인터넷안보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중국은 도로 교통량 현황이나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주유소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소, 버스 정거장 위치를 국가안보상 중요한 정보에 포함하고 있다. 이 중요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2017년 시행된 중국 인터넷안보법에 따라 반드시 중국 내에 중요 정보를 저장하고 중국 정부가 요구할 때 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디디추싱은 뉴욕 상장 추진 과정에서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미국 측에 공개해야 했다. 중국 당국은 이때 디디추싱이 중요 정보를 미국 당국이나 해외 투자자에 넘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추싱은 지난 6월 30일 44억 달러를 조달하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에 따라 디디추싱은 최장 45일간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 기간 동안 신규 사업 확대도 자연히 금지된다.
"중국 차량공유 시장 구조 당분간 큰 변화 없을 듯"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 업체들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차량공유 시장 구조 변화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디추싱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우세한 탓에 당분간 업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디추싱은 연간 활성사용자가 3억7700만명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월간활성사용자도 1억5600만명에 달한다. 하루평균 호출 건수도 2500만건이다.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1위다.

실제 오랜 기간 상하이 지역 디디추싱 기사로 일해왔던 자오 씨는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일명 ‘디디추싱 사건’ 이후에도 이용자가 여전히 많다”며 “특히 이달에는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날씨 탓에 전달에 비해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고 밝혔다.

21세기경제보도는 현재 디디추싱 앱은 애플,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는 물론 위챗 미니프로그램 등에서 모두 삭제됐지만, 이미 앱을 다운받았거나 회원으로 등록된 이용자들은 아무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센터의 천리텅(陳禮騰)  애널리스트는 중국 차량공유 업계 구도가 단기간 내 변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업체별 시장점유율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차량공유 업계 성장 잠재력이 아직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차오차오추싱 관계자는 “중국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대 급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성장 공간이 충분하다”며 “현재 이용되고 있는 차량공유 플랫폼 중에서도 기술적 능력이 비교적 부족한 업체들이 많아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시장 잠재력은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IPO 앞뒀던 헬로바이크·디다추싱만 울상
디디추싱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었던 공유자전거 업체 헬로바이크(哈啰出行)와 차량공유 업체 디다추싱(嘀嗒出行)이다.

헬로바이크는 지난 4월 24일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후 3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때 시장에서는 헬로바이크의 IPO 중단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헬로바이크 측은 아직 상장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디다추싱 역시 두 차례 홍콩증시 상장을 도전했지만,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디디추싱 조사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디다추싱도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자본시장 진출 가능 여부는 디디추싱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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