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존슨 총리 '빼고' 맞이한 영국 '자유의 날'...일각에선 '항복의 날' 비판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7-19 18:03

"제발, 제발, 제발, 조심하십시오.(Please, please, please, be cautious.)"(18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오전 0시(우리 시간 19일 오전 8시)부터 영국 잉글랜드 지역이 '자유의 날(Freedom Day)'을 맞았다. 자유의 날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영국 청년들은 클럽을 비롯한 라이브 음악 행사에 몰려들어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밤새 자유롭게 춤을 췄다.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앞서 일주일 전부터 예고했던 대로 잉글랜드 지역에서 사실상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로 자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만명대에 진입했음에도, 날씨가 추워지고 독감이 유행하는 가을·겨울보다는 여름인 지금 봉쇄를 해제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지역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다. 기존 1m 이상의 물리적 거리를 요구해왔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역시 병원 등 의료시설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철회되며, 모임 인원 제한도 없어진다.

나이트클럽, 선술집을 포함한 모든 실내 업소의 정상 영업이 가능해지고, 결혼식과 장례식 참석, 각종 공연이나 극장, 스포츠 행사, 종교 행사도 아무런 제약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날 부로 각 기업의 재택근무를 권고하던 정부 지침도 철회됐으며,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10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받는 등 여행 관련 방역 지침도 해제된다.

다만,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접촉자 추적과 자가격리 요구 등의 방역 지침이 그대로 적용된다.

지역별로는 차이를 보인다. 이번 결정은 잉글랜드 지역에만 한정되며,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등에는 지역 당국의 방역 지침이 유지된다. 두 지역은 각각 오는 26일과 다음 달 7일부터 봉쇄 완화에 돌입한다.
 

19일(현지시간) '자유의 날'을 맞은 영국 런던에서 한 청년이 밤새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열흘 격리 피하려던 존슨 총리...'자유의 날' 시작 전부터 혼선

다만, 이날 자유의 날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영국 내각의 1·2인자, 방역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까지 나란히 격리 신세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새로 임명된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6일 그와 접촉한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도 밀접 접촉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사라지기 불과 이틀 전에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은근슬쩍 집무실로 돌아가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18일 오전 봉쇄 해제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자신의 자가격리 처분을 숨긴 후, '밀접 접촉자의 자가격리 대신 매일 신속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새 방역안을 공개하면서 자신은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면서 격리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다만,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탓에 존슨 총리는 불과 3시간 만에 이를 번복했다. 특히,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그들을 위한 특별 규칙이 있고, 나머지 우리를 위한 규칙은 따로 있다", "자가 격리를 피하기 위해 'VIP 진단 검사'를 들고나왔다"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항복의 날' 풍자부터 '가을 재봉쇄' 우려까지 

상황이 이렇자 "지금 우리는 조심스럽게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 "오늘날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타인을 존중하고 신중한 태도로 내일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십시오" 등 개개인의 감염 주의를 촉구한 존슨 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대중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만 던졌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과학평론가 안자나 아후자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19일은 잉글랜드에서 자유의 날이 아닌 항복의 날"이라면서 "델타 변이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4000여명에 이르자 영국 정부가 백기를 흔들며 집단 면역 전략에 착수했으며, 이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굴복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영국 정부는 개인들에게 자유로우면서 신중할 것을 촉구했지만, 총리의 자가 격리 회피 시도로 혼란한 메시지만 던졌다"면서 "감염 위험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로 한 정부의 결정으로 향후 대규모 집단 감염이 병원을 휩쓸고 노동자를 학살하면서 백신 내성 변이 바이러스를 촉발할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벌써 올가을 재봉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여당인 보수당 소속 제러미 헌트 영국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9월 전면 개학 이후에도 신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할 경우 방역 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봉쇄 완화 계획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여기던 생각은 이제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존슨 총리 측은 지난해 봉쇄 해제 실패 경험을 언급하며 막대한 경제·사회·보건 비용을 감안해 방역 규제 재도입을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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