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회동한다. 중공업 중심의 두산그룹 포트폴리오를 반도체 소재와 로봇으로 확장하려는 박 회장의 구상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 등 두산그룹 주요 경영진과 젠슨 황 CEO의 회동이 오는 7일 이뤄진다.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키움히어로즈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황 CEO가 시구를, 박정원 회장이 시타를 하는 것을 계기로 두 경영진이 만나게 된다. 야구장 일정 외에도 별도 식사 자리 등을 가지며 추가 회동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가 두산그룹에 관심을 가지는 배경에는 두산그룹 내 전자BG 부문의 CCL(동박적층판) 사업과 두산로보틱스의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있다. 황 CEO가 엔비디아를 AI 반도체 기업에서 'AI 인프라·AI 시스템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이번 회동은 엔비디아 AI 생태계에 소재와 로봇을 동시에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안정적인 CCL 확보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루빈'(Vera Rubin)의 양산을 앞둔 만큼 CCL의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CCL은 절연판 위에 얇은 구리막을 입힌 판재로 PCB(인쇄회로기판)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두산 전자BG는 회로박을 공급받아 AI 가속기용 CCL을 생산한 뒤 PCB 제조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에 진입한 상황이다.
두산은 현재 충북 증평공장과 경북 김천공장에서 AI 가속기용 CCL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2028년 태국에 신규 CCL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업계에서는 2028년부터 양산될 신규 CCL 물량도 엔비디아가 선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소프트웨어·자동화 플랫폼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의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9월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양사간 AI 협업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양사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에 두산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맞춤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올 4월에는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이 두산로보틱스를 방문해 생산시설을 살펴보기도 했다. 양사가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출시를 목표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만남을 계기로 관련 논의도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원 회장은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소재와 로봇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룹은 박 회장 주도로 에너지·전력, 피지컬 AI·로봇, 반도체를 3대 핵심 축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황 CEO와의 만남이 두산의 사업 전환 전략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두산 전자BG가 이미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 만큼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협력 범위가 로봇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재와 로봇을 아우르는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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