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新제조업 글로벌 공룡전쟁, 한국은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1-07-20 05: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이자 근간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0%, 국내 기업 매출의 40%, 수출의 85%에 육박하는 제조업 비중은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양질의 400만개 일자리를 제공하는 국민 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우리 경제에서 이렇듯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글로벌 판도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대변화의 물결에 잘 대처하느냐에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은 세계 경제를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바꿀 만큼 충격이 컸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제조업 침체를 지목하고, 2010년 무렵부터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제조업 재무장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재건 계획’, 독일 ‘인더스트리 4.0’ 등 국가적 제조업 재건 정책이 시작되고 2015년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발표로 글로벌 경쟁으로 비화되면서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단초가 되었다. 세계 주요국이 제조업 재무장에 나선 이유는 제조업이 각국 정부 목표인 지속적 혁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원천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제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제조 효율성 기반의 국제 분업으로 중국을 세계 공장으로 만든 글로벌 공급망이 전면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은 물론이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거나 종식되더라도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본국에서 먼 일부 지역에 글로벌 공급망을 집중시키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하면서 제조업 중요성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EU 등 선도국들은 소위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서 자국으로 귀환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 인접국이나 우방국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전면 개편하여 자국의 제조업 강화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셋째로, 미·중갈등 고조에 따른 신냉전 시대 도래로 군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방위산업 핵심인 제조업 강화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 강국만이 아니라 군사 강국이 되려면 강한 제조업이 필수적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지정학적으로 세계 열강의 이해가 첨예한 우리나라에 있어 제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인 것이다.

넷째로, 현재 미국, EU, 중국을 칭하는 세계 경제 3강은 제조업의 재무장을 넘어 제조업과 서비스, 정보통신, 에너지 등 연관 산업을 융합하는 거대한 新제조업의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융합, 통합, 플랫폼화 등 비즈니스 모델 혁명으로 업의 경계를 없애면서 제조업이 新제조업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이 新제조업 육성에 달려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제조 5강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잘 읽고 제조업 재도약과 함께 신제조업 혁명에 매진해야 한다. 수출 및 대외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제조업의 중요성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일각의 “제조업은 끝났다”, “이제 서비스산업이다”와 같은 이분법적 인식은 산업 간 융합에 따른 신제조업의 부상 추세와 우리 경제구조를 무시한 중대한 오판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경제에 있어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를 구축하고, 제조업, 더 나아가 신제조업에 필요한 인적 및 재무적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 위한 정부의 정교한 제조업 발전 정책이 시급하다.

신제조업 육성에 있어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명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목표 고객, 고객에 제시하는 가치(제품 및 서비스),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생산, 판매 등 가치사슬 및 운영 프로세스, 수익모델 등 4가지 요소를 의미한다. 즉, 이 4가지 요소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용하여 비즈니스 모델의 총체적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신제조업 육성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명은 시장과 기술, 산업과 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및 도입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제품 및 서비스 혁신이 시작이다. 과거 대량 생산 및 소비 시대에는 불특정 다수에 공통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신제조업 시대에는 AI(인공지능) 등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특정 소수의 고객 또는 개인 고객별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고객의 신상, 기호, 성향, 구매 및 사용 이력 등 목표 고객 데이터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디지털 세대로 정보화가 뛰어나고 환경 및 사회 문제에 민감한 MZ 세대가 소비자 및 고객의 중심으로 진입하면서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혁신이 시급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온라인 경제나 가정 중심의 ‘홈코노미’ 대응도 빠질 수 없다.

다음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 중요하다.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고 않고 제품의 전주기 사용단계에서의 서비스를 포함하는 제품의 서비스화(Everything as a Service, XaaS)는 세계적 추세이다. 이 역시 제품 전주기 사용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나 성장동력 창출이 가능해진다.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이 대규모의 모빌리티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신제조업의 좋은 사례이다. 또한, 제품과 금융을 융합함으로써 사지 않고 매월 사용료를 내는 구독모델, 사용한 만큼 이용료를 내는 ‘Pay per Use’, 생산한 부품 수만큼 이용료를 내는 ‘Pay per Part’ 등 고객에 큰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거나 토털 솔루션 제공으로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모델,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데이터경제 모델, 특허 등 지적재산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및 개발이 필요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민관 혼연일체의 비즈니스 모델 혁명을 통해 제조강국을 넘어 신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