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CEO열전] 45조 가치 '로빈후드' 나스닥 입성... 블라드 테네브 CEO "아직 돈 벌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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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1-07-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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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CEO 일대기

  • 스탠퍼드대 졸업, 인도계 동료와 함께 로빈후드 창업 "단기 이익에 연연 안 해"

  • 투자자 오도하고 월가 이익 대변한다는 의혹... 성장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 산적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온라인 소액 주식거래 서비스 '로빈후드'가 나스닥에 상장한다. 연초부터 로빈후드는 400억 달러(약 45조6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등 로블록스, 쿠팡과 함께 올해 나스닥에 입성할 유니콘 스타트업의 하나로 꼽힌 바 있다.

2014년 서비스를 개시한 로빈후드는 수수료 없이 모바일에서 빠르고 편하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미국 개인투자자(개미)가 애용하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몰렸고, 로빈후드도 이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했다. 상장의 걸림돌로 꼽히던 적자 문제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미국 증권위원회(SEC)에 제출한 신청서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지난해 9억5883만 달러(약 1조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019년) 매출 2억7800만 달러보다 3.4배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도 745만 달러(약 85억원)에 달했다. 월 활동 사용자 수(MAU)는 1770만명이고, 810억 달러의 위탁관리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주식 티커명은 'HOOD'로 정했다.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AMC 등 밈 주식(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주식)과 함께 운영 중인 암호화폐거래소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매출은 5억2217만 달러(약 5958억원)로 집계되어 전년동기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로빈후드에 예치된 암호화폐 잔고의 가치도 116억 달러에 달한다.

상장에 보통 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로빈후드는 올해 9월 이후 나스닥에 정식 등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들에겐 전체 IPO 주식 물량의 20~35%를 배정할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테네브는 누구?

미국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의 핵심으로 급격히 떠오른 로빈후드는 블라디미르 테네브(미국명: 블라드 테네브) 최고경영자(CEO)가 동료 바이주 바트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1986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테네브는 5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세계은행에서 25년 이상 일해온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테네브는 금융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이후 스탠퍼드대 수학과에 진학해 인도계 미국인인 바트를 친구로 사귀게 된다. 이후 캘리포니아대에서 수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다가 바트와 함께 은행·헤지펀드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한다.

이후 테네브와 바트는 B2B에서 B2C로 눈을 돌려 개인투자자가 수수료 없이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인 로빈후드를 개발하게 된다.

처음에 주식 거래 서비스로 시작한 로빈후드는 이후 ETF, 옵션, 암호화폐(로빈후드 크립토) 거래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종합 금융 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로빈후드의 사업 모델은 뭘까? 언론 취재와 상장 신청서 등을 종합하면 회사는 고객의 현금 잔액과 증거금 대출에 관한 데이터를 월가의 대형 금융사에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 또한 주문 흐름에 대한 지불을 통해 얻은 이자도 수익에 포함됐다.

물론 이런 사업 모델로는 큰 수익을 내는 게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순이익인 745만 달러는 로빈후드의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미약한 수치다. 하지만 테네브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돈을 벌 계획은 없다"며 수수료를 통한 단기 이익 대신 종합 금융 거래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유튜브처럼)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립하면 막대한 수익은 자연스레 창출될 것이라는 게 테네브의 주장이다.
 

[사진=AFP·연합뉴스 ]

◆정부 규제에 개인투자자들의 의혹... 해결할 문제 한가득

하지만 로빈후드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상장에 앞서 로빈후드는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5700만 달러의 벌금과 1260만 달러의 고객 배상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는 FINRA가 매긴 벌금 중에 역대 최대 규모다.

FINRA는 로빈후드의 사업 모델에 문제점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로빈후드의 핵심 사업 모델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고객들의 거래주문 정보를 월가의 증권사에 넘겨 처리하고, 이를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 '투자자 주식주문 정보판매(PFOF)'다.

하지만 FINRA는 이러한 PFOF 탓에 고객들이 다른 증권사를 통한 거래보다 더 나쁜 가격에 거래하게 됐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고객의 잔여 현금이나 옵션거래 손실 위험도를 잘못 표기하고, 허위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보내는 등 투자자 안전 정보 공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로빈후드가 옵션거래 손실액을 잘못 표기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착각한 20세 대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로빈후드는 개인투자자의 자유로운 금융 투자라는 사업 모델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월가 대형 금융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의 주식이 밈 주식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주식의 매수를 중지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이유는 금융 관련 기관인 '클리어링하우스'에서 요구하는 주식 의무 예치금이 10배나 오르면서 일부 주식의 매수를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매매는 계속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미국 민주·공화 양당 소속의 정치인들도 로빈후드의 행태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SEC도 관련 상황 점검에 나섰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두고 테네브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로빈후드는 증권거래소라는 특징상 미국 외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문제에도 직면한 상태다. 각국의 금융 규제를 모두 준수해야 하는 데다가, 해당 국가에 이미 유사한 모바일 금융 거래 플랫폼이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로빈후드는 2018년부터 암호화폐거래소인 로빈후드 크립토에 투자를 확대하며 암호화폐를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업 성장을 위한 열쇠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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