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윤석열 의혹 파헤치기 <4> 김건희 코바나, 수상한 협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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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신진영 기자
입력 2021-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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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악순환을 끊어라." 한국 사회가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다. 그 중심엔 미디어 가면을 쓴 '가짜뉴스'가 자리 잡고 있다. 언론도 정부도 정치권도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극단적 갈등으로 촉발한 확증편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부추긴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있어야 할 자리엔 '관음증과 나르시시즘(Narcissism·자기애)'만 남았다. 이에 본지 사회부는 새로운 지면개편을 맞아 <팩트체크>를 신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이행할 계획이다. 첫 번째 순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의혹이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부인 김건희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는 논문 표절·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심과 함께 코바나컨텐츠를 둘러싼 의혹도 받고 있다. 전시 협찬을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다.

2008년 까르띠에 소장품전으로 이름을 알린 코바나컨텐츠는 이후 굵직한 전시와 공연을 이어갔다. 앤디 워홀전(2009)·샤갈전(2010)·뮤지컬 '미스 사이공'(2011) 등을 연달아 진행한다. 김씨가 윤 전 총장과 결혼한 이후엔 반 고흐전(2012)·폴 고갱전(2013)·필립 할스만 사진전(2013)·르 코르뷔지에전(2016)·알베르토 자코메티전(2018년) 등을 열었다.

전시업계 관계자 A씨는 "코바나컨텐츠는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쉽고 재밌게 관람할 전시회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며 "업계에 등장한 기간은 짧지만 전시 기획을 잘해서 유명해진 회사"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당시 코바나컨텐츠가 (전시업계에서도) 유명한 업체였다"고 했다.

◆검찰총장 지명전후 전시회 협찬사 4→16개

코바나컨텐츠는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을 열었다. 2019년 6월 13일~9월 15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대형 전시다.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이 나온 전시이기도 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전 총장은 그해 5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전시가 시작된 6월 13일엔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고, 나흘 뒤인 17일에는 청와대에서 차기 총장으로 지명을 받았다.

그 사이 야수파 걸작전에 협찬하는 업체도 급속도로 늘어난다. 전시 20일 전까지 협찬사는 게임빌·컴투스·신라스테이·제이준 등 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GS칼텍스·우리금융그룹·우리카드·우리은행·LG전자·노루페인트·도이치모터스·럭스나인·케이토토·로이스·비마이카·뿅카 등이 참여한다. 한 달도 안 돼 협찬사가 4곳에서 16곳으로 껑충 뛴 것이다.

당시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독일 자동차 BMW 국내 공식 판매사인 도이치모터스는 2010~2011년 김씨가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업체다.
 

코바나컨텐츠의 2019년 '야수파 걸작전' 전시회 포스터. 왼쪽은 5월 중순, 오른쪽은 6월 포스터. [사진=아주경제 DB]


◆2019년 국회 청문회서도 논란···윤석열 "문제없다"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협찬사가 급증한 걸 처음 문제 삼은 건 야당이다. 윤 전 총장의 2019년 7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 대상 기업들에서 보험성 협찬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았다. 그해 5월 20일 이후 전시회 협찬 계약이 급증하고, 대부분 5월 말~6월 초에 계약이 이뤄진 걸 순수하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광덕 당시 한국당 의원은 같은 달 8일 열린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중앙검사장(서울중앙지검장)에 2017년 5월 19일 온 이후 배우자 운영 회사가 중앙지검 수사대상인 기업들에서 협찬이나 후원을 받았다면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이해충돌 여지도 있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본인 페이스북에 "2019년 7월 1일 월요일 오후 5시경 코바나컨텐츠가 자신들이 주최하거나 주관, 제작·투자한 전시회에 협찬한 기업들에게 '국회 (청문회) 자료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김오수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26일 "윤 전 총장이 코바나컨텐츠라는 회사를 하는데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 갑자기 협찬이 많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찬사 중에는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걸린 회사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청와대 지명과 국회 청문회 등을 거쳐 모두 검증을 받은 사안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은 2년 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통해 "해당 전시회 협찬은 모두 총장후보 추천일인 6월 13일 이전 완료된 것으로 추천일과 지명일을 전후로 추가된 게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협찬은 대부분 주최사인 언론사와 맺은 계약으로 배우자 회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협찬사들도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상관없는 협찬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C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회공헌 일환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D기업 측은 "언론사들이 하는 전시에 협찬을 주로 해왔다"며 김씨나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두고 협찬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야수파 걸작전 주최사는 한 통신사다.

◆검찰 작년 9월부터 수사···여전히 지지부진

검찰은 현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수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고발로 수사에 들어갔다. 사세행은 지난해 9월 윤 전 총장과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공동정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고발이 들어온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검찰 판단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장모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조차 "관련자 수십명을 반복 소환해 조사를 거듭하고 별건 수사까지 시도하면서 무리한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며 "3개월여에 그쳤던 정경심 교수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기간을 참고해 보면 중앙지검 특부수가 얼마나 무모한지 잘 알 수 있다"고 질타했다.

법원도 비협조적이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코바나컨텐츠와 협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최근 협찬사들에 공문을 보내 코바나컨텐츠 관련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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