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 비웃는 갭투자…조건만 맞으면 '틈새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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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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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원 미만,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 노려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두려는 수요자들이, 지방에서는 소액 투자로 단기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모여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놨으나 '작은 빈틈'을 노린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틈새1. 1억원 미만 아파트
최근의 갭투자는 1억원대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미적용 대상인 점을 노린 것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기반으로 갭투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전국에서 가장 갭투자가 많았던 곳은 경기 평택시였다. 전체 매매거래 7667건 가운데 731건이 매매 후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10건 중 1건은 갭투자였던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 시흥시도 606건의 갭투자가 체결됐다. 경북 구미시(572건), 충남 아산시(500건), 경남 김해시(471건), 인천 계양구(438건), 충북 청주시 성원구(434건)가 뒤를 이었다.

실거래가 신고 내역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전세를 낀 매매까지 포함하면 전체 갭투자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높은 편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186개 시·군·구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달 대비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시흥시로 상승률이 4.15%에 달했다.

인천 계양구와 경기 평택시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2.00%, 1.9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경북 구미시의 상승률도 1.53% 수준이었다. 지난 5월 전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0.98%였다.

결국 정부가 갭투자를 위한 '판'을 깔아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12%까지 취득세율을 높였다. 하지만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은 다주택자 여부와 관계 없이 기본 취득세율 1.1%(농어촌특별세 및 지방교육세 포함)만 적용하기로 했다.

양도세 중과 조치도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를 제외한 조정지역의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주택을 먼저 팔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조정대상지역과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 각각 한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일반세율만 적용된다.
 
틈새2. 높은 전세가율

갭투자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인 만큼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횡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경상북도에서는 구미시(82.2%), 광주광역시에서는 북구(82.7%), 대구광역시에서는 북구(80.1%)가 각각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전세가율 80%를 넘어서는 시·군·구로 집계됐다.

특히 광주 북구는 2020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세가율 80%를 상회했다. 경북 구미는 2018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구 북구는 2020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세가율 80%를 상회하는 등 지역별로 장기간 전세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는 "매전차익을 활용한 갭투자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유리하다"며 "지방 가운데서도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거나 2주택까지 기존 취득세율(1~3%)을 적용 받는 비규제지역으로 수요와 투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과 달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전세가율이 60% 내외로 낮은 편이라 소액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긴 어렵다. 수도권 전세가율은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한 64.7%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낮다고 갭투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매가격이 더 오르기 전 미리 집을 사두려는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방식으로 갭투자로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내 최근 3개월 갭 투자 매매 증가 지역은 △강동구(48건) △서초구(48건) △노원구(43건) △강남구(29건) 순이다. 학군 등 정주 환경이 우수한 곳으로 향후 실거주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틈새3. 느슨한 전세대출
7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에 전세자금대출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갭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부터 금융당국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했는데 전세대출은 제외됐다.

전세대출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1년치 이자를 뺀 원금은 DSR 계산시 '갚아야 할 빚'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로 들어가 사는 조건으로 실제 매매대금 규모를 줄인 '주인전세(주전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주전세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맺는 식으로 이뤄진다. 매도인은 해당 매물의 세입자로 들어가고 매수인은 매매가에서 전세 보증금을 제외한 액수만 매도인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는 갭투자의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다.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 매수인이 매도인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면 거래가 마무리된다.

이런 거래는 주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 분당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가 곳곳에 있다보니 이를 활용한 갭투자는 활개를 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에서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4254건 중 갭투자 거래는 52.0%에 달했다. 갭투자 비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40% 중반을 유지하다가 지난 3월 30%대로 잠시 주춤하더니 단숨에 50%대로 올라섰다.

전셋값 상승 기대감이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부터 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되면서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대출 상한선인 9억원으로 키맞추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에서 올 상반기에만 시세 6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 3채 중 1채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도권 내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은 연일 호가가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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