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교통사고 유발자’ 양산하는 운전면허제도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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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입력 2021-07-1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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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운전면허 제도는 11년 전 개정된 일부 수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실질적인 교육시간은 단 13시간, 선진국 중 이렇게 낙후되고 후진적인 제도를 가진 국가는 없다. 

왜 선진국과 같이 개선을 하지 않을까. 이미 쉬운 제도가 몸에 배었고, 당국도 굳이 부담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양산된 초보 운전자가 제대로 된 운전교육을 받지 못한 결과, 도로의 사고 유발자로 취급받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낳은 주체는 누구일까? 11년 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간담회에서 운전면허제도 등 재정적 부담이 큰 제도를 개선한다고 언급하면서 50여 시간에 이르는 운전면허 시간을 11시간으로 줄이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대통령 본인이 아닌 실무 책임자의 무리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후 교육시간을 2시간 늘리고 문제은행식을 700문제에서 1000문제로 늘리는 정도로 개선하는 듯이 보였다. 지금의 제도가 바로 그때 개선된 13시간이다.

이러다 보니 초보 운전자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전진만 할 수 있지 후진이나 주차 등은 물론 비상시의 조치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초보 운전자는 이후 실제 거리 운전을 위해 다시 운전 주행연습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비용적인 절약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자동차는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특히 워낙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측면에서 복잡한 자동차를 체계적으로 안전하게 운전하는 기능을 얼마나 잘 익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기능은 물론 운전 시의 중요한 안전운전 방법, 비상시의 대처 요령 등 각종 조건을 익혀야 교통사고로 인한 재산상 손실을 방지하고, 가장 중요한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과 방법을 익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운전면허 제도를 통한 면허 취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교육시간이 각 국가별로 구축되면서 평균 60시간 정도로 나타나고 있고, 일부 국가는 더욱 까다로워서 준면허나 예비 면허 제도를 통해 정식 면허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국가도 있다.

호주는 2년, 독일은 3년, 북유럽은 특수 지형이나 빙판길 운전 등 여러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거의 60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더욱 강화되고 있어서 큰 비교가 된다.

한국의 수준 낮은 운전면허 제도로 인해 중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목적으로 연간 5000여명씩 관광객이 들어올 정도다.

한국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중국에서 필기시험만 보고 중국 면허를 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수년 전에 중국 정부에서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상의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반응이 없자, 단기 관광비자로 입국해 취득한 중국인의 한국 운전면허는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심각한 제도적 한계이고 창피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당장 국민적 만족감을 떠나 현재의 운전면허 제도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살인면허증을 양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은 예전에 일본이나 중국과 유사한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는 제도적 안정감이 있었다, 필자도 당시 운전면허 제도 개선을 자문하고 있던 시기여서 더욱 지금의 심각한 제도적 붕괴는 더욱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한국의 이러한 심각한 운전면허 제도를 선진국이 인식한다면, 국제 운전면허를 인정하는 국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 위상도 커지고 있고,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위상 속에서 한국의 운전면허제도가 균형 잡히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안전한 운전면허제도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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