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윤석열 의혹 파헤치기 <1> 김건희, 쥴리·논문 의혹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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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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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객원 '쥴리'로 사업 시작·윤석열 만남 소문

  • 김씨 "학위 따느라 바빠"…논문은 표절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가짜 뉴스의 악순환을 끊어라." 한국 사회가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다. 그 중심엔 미디어 가면을 쓴 '가짜 뉴스'가 자리 잡고 있다. 언론도 정부도 정치권도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극단적 갈등으로 촉발한 확증 편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부추긴다. 그 결과 민주주의가 있어야 할 자리엔 '관음증과 나르시시즘(Narcissism·자기애)'만 남았다. 이에 본지 사회부는 새로운 지면개편을 맞아 <팩트체크>를 신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이행할 계획이다. 첫 번째 순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의혹이다. <편집자 주>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개명 전 김명신)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 'X파일'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여기에는 김씨가 과거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일했고, 유부남 검사와 동거했다는 소문이 담겼다.

김씨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한 매체와 전화통화에서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자신이)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나 봤다는 사람이 나올 것이란 입장이다.

◆전시기획 큰 손으로 부상한 김건희

윤 전 총장은 김씨 해명과 관련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않았겠나 생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지난 6일 대전·충청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김씨가 과거 소문에 적극 반박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은 데 대한 대답이다. 이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아내는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사람이 술집에 가서 이상한 짓 했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안 맞다"고 두둔했다.

정치권에서는 얽힌 이해관계 속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일 TBS 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씨가)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버렸으니 이제 그 진위에 대해 국민이 집요하게 검증하려 들 것"이라며 "치명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여당도 같은 판단이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5일 '뉴스공장'에서 "(김씨 해명은) 무조건 손해"라고 지적했다.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자 재력가로 알려진 김씨와 윤 전 총장이 부부라는 사실은 지난 2019년 윤 전 총장이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윤 전 총장이 초혼인 데다 김씨와 나이가 12살 차이 난다는 소식에 놀란 사람도 많았다.

코바나컨텐츠는 2007년 설립 이후 '까르띠에 소장품전', '앤디워홀 위대한 세계전', '미스사이공', '색채의 마술사 샤갈', '르코르뷔지에전' 등을 소화하며 자리매김한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이다. 대표인 김씨는 전시기획 큰손으로 부상했다.

쥴리 의혹은 단순히 김씨가 과거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시 일을 시작하고 회사 운영 과정에서 어떠한 비리가 없었는지를 따지는 데 무게가 있다.

​◆관상 앱 짜깁기 의혹 불거진 김건희 논문
 

[그래픽=임이슬 기자]


또 최근 새로 불거진 김씨 박사학위 논문 연구 부정행위 의혹과도 맞물린다. 김씨는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2008)라는 논문을 통해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논문은 주역·음양오행·사주·관상을 설명하는 운세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표절 시비와 아이디어 침해 등 의혹이 제기됐다. 논문 상당 부분이 포털 검색 결과와 일치하고, 논문 작성 전 개발돼 특허 등록까지 마친 '애니타' 제품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대는 신속하게 연구윤리위원회(윤리위)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늑장 대응 논란이 없도록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게 국민대 측 설명이다.

다만 검증 완료까지 시일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알 수 없고, 만약 표절로 결정되면 학위 취소까지 이어질지 여부도 현재로선 '가정'조차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대 관계자는 "이런 논란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대응 절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윤리위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2012년에도 문대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조사하고, 학위 취소를 결정한 전례가 있다.

국민대는 김씨가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에 게재한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논문도 살필 예정이다. 이 논문은 제목에 병기된 영문 번역에서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하고, 번역투 비문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문 표절 검증 시스템에서 표절률이 30%를 웃돈다.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해당 논란에 윤 전 총장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서 '윤석열이 듣습니다' 두 번째 행보인 스타트업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어떤 단체에서 이의제기하신 것 같다"며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술적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논문 표절 의혹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등장하는 단골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3년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학위를 반납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청문회 당시 박사·석사학위 논문에 대판 표절 의혹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여당을 가리켜) "공당이라면 배우자가 아닌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자당 유력 대선후보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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