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받다 지쳤어요" 첫 여행 안전권역 사이판, 실효성 지적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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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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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국 전부터 귀국 후까지 코로나 검사만 6번…업계 "과연 누가 가겠나" 한숨

우리 정부가 북마리아나제도와 첫 여행 안전권역을 체결했다. [사진=마리아나 관광청 제공]

드디어 여름휴가를 해외로 갈 수 있게 됐다. 목적지는 사이판으로 정했다. 최근 한국인 여행객을 받는 유럽 국가가 늘긴 했지만, 우리 정부가 지난달 북마리아나제도와 처음 여행 안전권역(트래블버블) 협약을 맺은 것이 여름 휴가지를 선택하는 데 주효한 이유로 작용했다. 백신 접종도 마쳤겠다, 못 갈 이유는 없다. 

단체여행 상품 일정을 보니 7박 8일이다. 떨리는 마음, 주체할 길 없다.

출발일이 결정됐다. 8월 5일이다. 단체여행이어도 상관없다. 어디든 떠날 수만 있다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장롱 속에 넣어 놨던 수영복과 옷가지들, 사진기를 챙겨 여행 가방에 넣는다. 맞다, 여권도 챙겨야 한다. 다행히 여권 만료기간이 남아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게 됐다. 이제 출국 72시간 전에 코로나 검사(PCR)를 마친 후 음성 판정을 받으면 출국 허가가 떨어진다. 

8월 2일. 검사를 받았다. 음성 확인서도 손에 쥐었다. 검사를 받는 순간의 고통을 생각하니, 정말이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과정이다. 

드디어 출발일인 8월 5일.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할 때의 전율, 얼마 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인가. 1년 넘는 시간 여행에 제약을 받다가 겨우 떠날 수 있게 되니 차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조차 가슴이 벅차오른다.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PCR 검사다. '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방침이니 따라야지.' 

이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정 시설에 머물러야 한단다. 어서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다행히 이번에도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이판 여행'을 즐기련다. 

아뿔싸. 정해진 동선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철저히 통제받게 될 줄은 몰랐다. 자유롭게 사이판 구석구석을 즐길 수 없지만, 그래도 1년 반 만에 날아온 타국이고, 일정 후 개별시간이 어느 정도 정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과거 기획상품(패키지여행)을 통해 떠났던 여행보다 상황이 더 팍팍하다. 전 세계적인 감염 확산세 속에서 어렵게 실행한 여행 안전권역이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여행 안전권역이라는 것이 방역 안전 국가 간 여행 교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럴 줄 알았으면 체코에 갈 것을······.

본격적인 여행 일정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친다. 

시간은 흘러 사이판에 머문 지 5일이 지났다. 또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이건 'PCR 검사 체험'을 하러 온 건지, 휴가를 즐기러 온 건지 모르겠다.

설렜던 순간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검사와 통제 속에서 여행은 끝이 났고 이제 귀국하련다. 그래, 집이 편하지. 뭐하러 왔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사이판을 떠나기 전에도, 인천공항 입국장에 도착해서도 검사를 받았다. 지겹다. 일주일 만에 코로나 검사만 5번이다. 하하, 헛웃음만 나온다.

그렇게 검사를 받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한 번의 검사가 남았다. '드디어 마지막 검사'라는 안도감은 없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크게 자리 잡았을 뿐이다.

출국 전부터 지금까지 사이판에 다녀온 여행객이 받은 검사 건수만 무려 6번이다.

아무 의미도 없는 여행 안전권역(트래블버블)이다. 이런 식의 여행이라면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사이판과 우리나라의 여행 안전권역이 본격화하고, 여행을 한다는 가정하에 적어본 '가상'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달 말일 북마리아나제도 연방과 처음으로 여행 안전권역(트래블버블)협정을 체결했다. 백신 접종자들은 7월부터 자가격리 없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담 여행사를 선정하고, 상품 개발을 하는 등의 준비 과정을 거치면 실제 여행은 7월 말이나 8월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조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여행업계는 여행 전후로 받는 PCR 검사부터 철저히 관리되는 동선까지 각종 규제에 치이는 만큼 트래블버블이 갖는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와 북마리아나제도 간의 협정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하기 위해선 시작 최소 2주 전 백신(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얀센) 접종을 모두 완료해야 한다. 여행은 '단체여행'에 한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자가 출국 72시간 전에 PCR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오면 자가격리 없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PCR 검사는 계속된다. 출국 72시간 전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은 여행객도 사이판 도착 직후 검사를 또 받게 된다. 그리고 여행 5일 차에 또 한 번, 한국 입국 72시간 전, 입국 직후에 각각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도착해서 일주일 이내에 또 한 번의 검사를 받고 '음성'이 확인돼야 끝난다. 한 번도 받기 힘든 검사를 무려 6번이나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현지 도착 후 받는 검사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정시설에서 기다려야 한다. 검사비용을 북마리아나제도 주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고 해도 부담스럽다. 출국 전 검사비용(10~15만원 상당)은 개인 부담이다.

많은 검사 건수는 차치하더라도 여행객은 전담 여행사를 통해 사전 방역 안전을 확보한 동선으로만 움직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버블 목적은 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에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해 양국 간 여행을 자유롭게 하자는 데 있다. 하지만 많은 검사 건수, 그리고 철저한 관리 속에 이뤄지는 여행이라면 트래블버블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에는 트래블버블 협정이 아니더라도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횟수도 더 적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전담 여행사 지정에 대비해 상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검사 건수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까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업계 차원에서 검사 건수를 줄여달라고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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