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OPEC 카르텔…이미 예고됐던 사우디-UAE 충돌

정혜인 기자입력 : 2021-07-05 14:08
OPEC+ 감산 합의 연장, 사우디와 UAE 대립에 난항 UAE, OPEC+ 감산 합의 연장 반대…"별도 논의 필요" FT "사우디-UAE, 외교·경제·코로나 대응서도 엇박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생산량 합의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각에서는 두 산유국의 대립이 산유량 합의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 각국의 정치적 상황 등과 연관돼 있다며 이들의 이번 충돌이 이미 예고된 절차였다고 지적한다. 또 사우디와 UAE 간 충돌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카르텔(cartel)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카르텔'은 동종 업계의 기업이 서로 가격이나 생산량, 출하량 등을 합의해 경쟁을 피하고, 이윤을 확보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UAE 정치학자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UAE는 40년 넘게 OPEC에서 사우디와 협력했다. 그런데 최근 UAE가 OPEC 내 사우디의 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에스펙스의 암리타 센 공동설립자는 "사우디와 UAE 간 의견 차이가 석유 정책은 물론 외교, 경제, 안보 등에서도 커지면 앞으로 OPEC 논의와 OPEC 플러스(+) 합의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소후닷컴 누리집 갈무리]

 
◆사우디-UAE, 'OPEC+ 산유량 합의' 두고 대립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사우디 국영TV 알 아라비야에 출연해 UAE가 원유 감산 완화 규모와 시기 연장 등에 합의할 것을 촉구하고 OPEC+ 산유국 간 타협과 합리성을 요구했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로, 사우디가 OPEC 회원국 대표를, 러시아가 비OPEC 산유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살만 장관은 `감산 연장`은 선택 사항이 아닌 기본 사항이라며 시장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생산 불확실성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펜데믹) 등을 언급하며 "현재 시장 상황을 해결하는 것과 미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생산을 확대하고 싶다면, 감산 연장이 있어야만 한다. (OPEC+ 내에선) 지난 14개월 동안 거대한 노력이 이뤄졌고, 환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이뤄낸 성과를 유지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UAE의 반대로 OPEC+ 산유국이 이틀간의 회의에서 논의한 감산 완화 규모 합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을 겨냥한 셈이다. 

OPEC+는 지난 1~2일 이틀간 회의에서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하루평균 생산량을 200만 배럴을 늘리고, 내년 4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던 기존의 감산 완화 합의를 내년 말까지 8개월 연장하자고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UAE 측이 감산 완화 합의 시한 연장을 위해 감산 규모를 결정하는 생산 기준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고, 그 결과 OPEC+는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UAE 측은 특히 이번 회의가 아닌 별도의 회의에서 감산 합의 시한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OPEC+ 회의는 한국 기준 5일 오후 10시에 재개될 예정이다.

최근 원유 생산 능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UAE 측은 OPEC+가 결정한 UAE의 생산 기준이 처음으로 낮게 설정됐다고 지적하며, 생산량 기준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UAE는 이후 회의에서 감산 합의의 기준이 된 생산량 참고 자료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지만, OPEC+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 대담(인터뷰)에서 OPEC+의 감산 합의가 2018년 생산 수준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며 공정한 조건에서의 원유 증산 협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우리의 생산 능력과 생산 수준과 비교하면 (현재 OPEC+ 감산 합의에서) UAE의 포지션은 최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현재 제안된 OPEC+ 협정에 따르면 UAE는 생산량 대비 18%를 감축해야 한다. 이는 원유 왕국인 사우디의 5% 감축과 러시아의 5% 증산과 비교되는 수치"라며 "UAE는 (OPEC+ 감산 협정은) 현재 생산 능력의 약 35%를 제한하는 것으로 이는 다른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을 약 22% 제한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사우디-UAE, 경제·정치 정책서도 엇박자

FT는 사우디와 UAE 간 대립 구도가 원유 시장 외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양국의 정치적 대립이 OPEC 동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사우디와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코로나19 대응 방침을 두고 대립하는 등 경제적 경쟁을 거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봤다.

UAE 총리실의 전 고문인 마르완 알블루시(Marwan Alblooshi)는 "지난 10년간 UAE와 사우디는 전략적 동맹의 저수지(reservoir)를 구축했다. 하지만 걸프만 국가 간 경제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UAE는 사우디의 걸프지역 핵심 동맹국 중 하나다. 사우디와 UAE는 지난 2015년 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과 걸프협력회의(GCC) 일원으로 함께 예멘 공습에 나섰다.

그러나 UAE가 2019년 예멘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하며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전쟁에 사우디만 남겨두면서 두 나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UAE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선 점도 사우디와 UAE의 대립 구도를 한층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UAE 등 많은 아랍국가는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적대관계였다. 그러나 UAE와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한 뒤 국교를 정상화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지난해 9월 15일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바레인·UAE와의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협정이다. 협정 명칭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가 공통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9일에는 UAE-이스라엘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UAE를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이날부터 UAE에 대한 여행을 금지했다. UAE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중 3분의 1이 현재 세계를 위협하는 델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는 UAE에서의 입국도 금지했다.

FT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도 양국이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UAE는 중국산(産) 코로나19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예방 효과를 이유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가 정부 사업 계약을 조건으로 다국적 기업의 거점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로 이전하라는 압박도 UAE와 관계를 악화하고 있다. 중동 진출을 원하는 다국적 기업 대부분은 UAE의 경제도시인 두바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카렌 영(Karen Young) 미국기업연구소(AEI) 상임연구원은 "걸프만 국가 사이 치열해진 경쟁은 여러 경제 정책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사우디는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고, 그 속에서 UAE는 자체 수익 목표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FT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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