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 질환, 중대재해 적용 대상서 제외…기업 과로사 처벌 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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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1-07-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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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동자 과로사와 직결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뇌심혈관계 질환이 시행령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 과로에 의한 질병 사망이 끊이지 않는 택배회사와 온라인 유통업체 등이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노동계와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최종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이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에서 뇌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등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초안을 놓고 노사 양측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의 마무리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제정안을 확정해 곧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른 직업성 질환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 산업재해로 보고 구체적인 질병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이번에 뇌심혈관계 질환이 중대 산업재해에서 제외되면 노동자가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는 사고 등이 잇달아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경영계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뇌심혈관계 질환 등은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 특성도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과로사가 한 해 수백 건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뇌심혈관계 질환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도 노동계 요구보다 상당 부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가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노동계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에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적정 인력 확보, 산재 예방에 대한 노동자 참여 보장 등을 폭넓게 명시할 것을 요구하지만, 경영계는 인력과 예산의 적정성 확인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 재해에 대한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의 처벌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노동자 안전이 경영의 핵심 가치가 되도록 해 중대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의 의무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해 처벌 가능성을 줄일 경우 시행령으로 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밖에도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련 법규상 의무 이행 여부에 관한 점검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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