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공간 6곳서 만나는 '공공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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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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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 기획전시

  • 놀이터·공원·거리·학교·골목길·지하철

  • 디자인 하나가 가져온 안전·편의·배려

‘익숙한미래‘전에 설치된, 걷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거리‘.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건널목 앞에 있는 더위 그늘막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키다리 아저씨가 씌워주는 양산 같은 그늘막은 뜨거운 여름 햇살을 가려준다. 서울 서초구에서 처음 시작한 그늘막이 행정안전부 표준이 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공공디자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이 주관하는 기획전시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오는 8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다.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공공디자인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임을 알리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획됐다.

매일 마주하는 거리·공원·학교·지하철 등 일상환경 곳곳에 있는 공공디자인은 협력·배려·혁신 등의 가치를 더한 조용한 변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꾼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공디자인의 일상성에 주목하고, 공공디자인이 바꾸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 새롭고 낯선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 만난 ‘익숙한 미래’임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여섯 가지 대표적인 일상 공간(놀이터·공원·거리·학교·골목길·지하철)을 전시장에 연출해 공공디자인이 얼마나 친숙하고 익숙한 대상인지 보여준다.

전시는 ‘놀이터는 아이들만 노는 공간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는 나이와 세대, 장애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일상의 확장은 공공디자인을 통해 현실이 된다. 노인들의 생활 기능 향상을 위한 시니어용 야외운동 기구와 누구나 모두 어우러져 외부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통합 디자인’을 적용한 ‘무장애통합공간’이 그 예다.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는 디자인 하나가 일상에 어떤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시각 정보는 글보다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속도가 4배나 빠르다.

공공디자인을 통해 회색빛 도시에 녹색의 쉼을 더하는 ‘공원’과 누구나 읽기 쉬워 보행자의 이동을 돕도록 배려와 안전이 더해진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읽기 쉬운 안내 표지판과 ‘기부 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미래‘전에 설치된, 배우며 만나는 공공디자인 ‘학교‘.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든 ‘학교’의 변화한 모습과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학교 가는 길, 정겨운 경험과 추억으로 가득한 ‘골목길’, 대표적 대중교통수단으로 매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안전과 정확한 정보전달이 중요한 ‘지하철’ 등 6개의 일상공간을 여행한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일상의 익숙함에 무심코 지나쳤던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공디자인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지하철에서도 볼 수 있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환승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을 흔하게 듣게 된다. 공공디자인은 답답한 지하공간에 안전색채와 정보 디자인을 적용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현성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과 교수는 “너무 중요한 것은 보편적이고 평범해서 보이지 않는다. 안전·편의·배려 등의 공공가치는 쉽게 간과되고 예쁘고 자극적인 디자인이 우리를 현혹하지만 이렇게 익숙하고 평범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공공디자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과 공공성, 일상 속 관계와 의미를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에 표현하여 공공디자인의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과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전시”라며 “공공가치가 디자인을 통해 구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익숙한 미래‘전에 전시된 ‘말하는 소화기‘ 등 함께 만드는 공공디자인 제품.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안전·편의·배려가 담긴 공공디자인은 우리 일상의 일부이자 다양한 사회 주체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만 하는 일이 아니다. 공적인 이익을 위해 세상을 개선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공공디자인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공적인 이익을 위해 개선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공디자인이다. 재난 상황을 대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하는 기업, 디자이너, 시민의 협력과 활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함께 고민해야 더욱 많은 공공디자인이 생길 수 있다. 한 소방관이 소화기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생각해낸 ‘말하는 소화기‘ 등이 좋은 사례다. 

공공디자인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는 ‘ESG경영’과 궤를 같이한다.

이 교수는 “민간과 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공공과 민간의 창업 초기 기업(스타트업)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향후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연계프로그램으로 즐길거리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모두를 위한 공공시설 만들기’가 진행된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공공디자인을 배우고, 공공디자이너가 되어 직접 우리 생활을 모두를 위해 바꿔보는 체험 행사다.

온라인으로도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운영체제(플랫폼)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 운영체제에서는 전시에 대한 정보와 함께 전국 단위로 진행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온라인 지도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제정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태훈 원장은 “공공디자인의 가치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어우러져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있다”며 “전시를 통해 공공디자인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알리고, 앞으로 공공디자인 영역에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확대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공공디자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민들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익숙한 미래‘전 놀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놀이터‘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문화역서울 284 기획전시 ‘익숙한 미래‘ 개최 포스터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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