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큰딸 쉬는 날 계산…가족 살해는 우발적"

인터넷으로 '경동맥' 등 급소 검색

왼팔 자해 흔적 담담하게 보여줘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5)이 두 번째 공판에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사전 범행 계획에 대해 진술을 번복한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29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당시 상황 등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밝혔다. 김씨는 범행 장소를 피해자 주거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딱히 다른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며 "큰딸 A씨가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집에 들어가 범행을 준비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집에 남자가 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며 "그때는 그만큼 배신감과 상처가 컸고, 시간이 갈수록 화가 커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검찰 조사에서 A씨가 출근하지 않는 날을 미리 파악했다고 답했다. 범행 도구를 훔친 이유는 "돈 주고 사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경동맥' 등 급소를 검색한 사실도 인정했다.

A씨 가족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A씨 여동생과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한 것에 대해 "이제 벗어날 수 없고 잡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심리 분석 결과 가족을 모두 살해할 계획이 없었다는 김씨 진술은 거짓이 아니며, 범행 이후 자살을 시도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김씨가 숨질 만큼 자해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왼팔에 자해한 흔적을 담담하게 재판관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김씨 사이코패스 점수는 17점으로 재범 위험성은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절에 대한 취약성이 높고, 과도한 집착과 피해의식적 사고, 보복심리 등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3월 23일 근처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된 A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스토킹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재판은 7월 1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