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변이 등장에 ‘부스터 샷’ 주목… 묻고 더블로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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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6-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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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파력과 저항력 갖춘 '델타 변이' 등장에 추가 접종 '부스터샷' 주목

  • 예방률 올리기 위해 AZ·얀센과 모더나·화이자 교차 접종도 고려돼

  • 아직 연구 부족하다는 우려 목소리 있어... 개발사는 부스터샷 임상 시험 돌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속출하자 ‘부스터샷’이 주목받는 중이다.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는 ‘부스터샷’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에 착수했으며 정부는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른 방역 완화 시작을 앞두고 ‘부스터샷’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부스터샷' 주목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동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부스터샷’ 도입을 검토 중이다.

부스터샷이란 백신 면역 효과를 강화하거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 접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국내에 유통되는 코로나 백신 중 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AZ)처럼 2회 접종인 제품은 3차 접종, 얀센 등 1회 접종인 제품은 2차 접종이 부스터샷인 셈이다.

부스터샷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코로나19가 변이 바이러스로 퍼지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유래된 장소에 따라 알파(영국), 베타(남아공), 감마(브라질), 델타(인도) 등으로 나뉜다. 지난 26일까지 국내 알파 바이러스 감염자는 2075명, 베타형은 143명, 감마형은 11명, 델타형은 263명이다.

이 중 보건계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인도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다. 학계에서는 델타 변이를 전파력과 감염률이 높으면서 백신 저항력도 갖춘 변이 바이러스로 보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자의 델타 예방률은 33%에 그친다. 2차 접종 후 예방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 60%, 화이자 8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자 예방률을 더 끌어올리고 면역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부스터샷’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이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준비를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틴 마샬 영국 왕립일반의과대학 교수는 BBC 라디오를 통해 “더 취약한 노년층을 위해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앤서니 하든 영국 예방 접종위원회 부회장은 “부스터샷 대상이 누구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스터샷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있다. 소유마 스와미나산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는 “부스터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아직 없다”고 경고했다. WHO는 노인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이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매년 부스터샷을 맞아야 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부유한 국가들이 부스터샷을 고려하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사는 부스터샷 임상 시험 돌입... 정부는 '검토 중'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 각 제약사는 부스터샷을 준비 중이다. 화이자와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감염 예방률이 91%로 내려가고 8개월이 지나면 현저히 떨어진다. 이에 따라 효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Z와 옥스퍼드대는 영국, 남아프리카, 브라질, 폴란드 출신 등 AZ, 화이자를 각각 2회씩 접종한 사람과 미접종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앤드루 풀러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팬데믹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부스터샷을 꾸준히 시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지난 5월 자사가 개발한 부스터샷이 변이 바이러스에 우수한 면역 효과를 보였다는 예비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1회 접종으로 끝나는 얀센 백신에도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이클 린 스탠퍼드대 교수는 “얀센 백신 접종자는 다른 백신을 두 번 맞은 사람보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효과가 덜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쉬운 조치인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스터샷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방법도 고려된다. 비교적 낮은 예방률로 알려진 AZ나 얀센 백신 접종자가 모더나 또는 화이자 백신으로 부스터샷 교차 접종을 하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 150명을 모집해 모더나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접종하는 임상 시험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차 접종에 대한 효과는 이미 학계에서 검증된 방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튜 스네이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에서 감염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1차 접종 시 화이자, 2차 접종 시 AZ 백신으로 접종하는 경우 1‧2차 모두 AZ 백신을 접종할 때보다 항체가 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1차 접종 시 AZ, 2차 접종 시 화이자를 맞은 경우는 1‧2차 모두 AZ 백신을 맞은 사람보다 항체가 10배 더 많았다. NYT는 해당 연구가 독일과 스페인에서 각각 200명, 600명 수준으로 진행돼 연구 모집단이 작아 바로 정책에 반영하기엔 어렵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독감 백신의 경우 매년 다른 제약사에서 다른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백신을 맞는 사례가 즐비하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연구소장은 부스터샷 필요 여부 결정에 대해 “3상 시험 1년이 돼가는 여름 끝날 때쯤이나 가을 시작할 때쯤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부스터샷을 검토 중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얀센 백신 접종자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도 부스터샷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하고 면역력을 장기적으로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검토하고 있지만 어떤 접종 주기로 어떤 백신을 접종할 것인지는 해외에서 연구 중이다. 축적된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접종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역시 아직 부스터샷에 대한 결정은 이르다고 제언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그룹이나 연령대에서 예방률이 떨어지면 한 번 더 접종해야 한다. 접종 인구 전반적으로 방어 효과가 떨어지면 전체적으로 부스터샷을 맞아야 하지만 아직 관련 연구 자료가 쌓여있는 상태가 아니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는 A형 간염처럼 항체가 한번 생기면 평생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스터샷이나 매년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변이 문제도 있어서 이런 바이러스 종류에는 부스터샷이 숙명 같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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