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핵 협상 두고 동상이몽... IAEA 핵사찰 끝난 이란 핵협정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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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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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바이든, '先 제재 해제' 이란 주장 받아들이나?

  • 24일 이란 핵사찰 종료... 블링컨은 "심각한 우려"

이란의 강경파 정권 복귀로 이란 핵협정(JCPOA) 복원 협상의 향방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NBC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5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코비란'을 접종하고 있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진=AP·연합뉴스]


방송은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핵협정 복원 협상 자리에서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해당 방안을 간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선(先) 제재 해제'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미국 행정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관계자와 외교 소식통은 방송에서 양측 모두 협상 초기 제시했던 협정 복원 조건을 일부 양보하기로 하면서 협상의 윤곽이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제재 해제 등 미국의 핵협정 복귀와 관련한 모든 절차는 논의 대상"이라면서 "모든 것을 합의하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NBC에 답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해제 방침은 며칠 전 이란을 통해서 흘러나왔던 소식이라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해당 방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3일 마흐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현재 발효된 1040건의 모든 제재를 해제하기로 바이든 행정부와 합의했다"면서 여기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제재도 포함했다고 이란 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모든 사안을 재차 합의할 때까진 어떤 것도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순방 일정을 수행 중이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문제를 이전 협정의 틀 안에 다시 집어넣는 것에 국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심각한 이견이 있다"면서 "아직 그(합의) 지점에 이르지 않았고 날짜를 정할 수는 없지만, 협정 복원을 위한 시간과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는 이란·프랑스·독일·영국·유럽연합(EU)·러시아·중국과 함께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일방적으로 협정 탈퇴를 선언,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를 시행했다.

특히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 전 행정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 무인기를 격추한 사건을 계기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의원 등 이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와 미국 국적 기업과의 금융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발효했다.

이란 핵협정 복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관계국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지난 20일 열린 6차 협상까지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진 못했다.

다만 지난 24일부로 종료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임시 핵사찰 후속 처리는 향후 협상의 향방을 결정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이란은 핵협정에 따라 IAEA의 핵사찰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이마저도 중단했다. 미국이 협정을 이탈하고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암살하자, 이에 대한 대응 방침으로 이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 농도를 상향하면서 IAEA의 사찰을 거부한 것이다.

이후 핵협정 복원 협상을 시작하면서 이란은 협상 기간 중 IAEA의 임시 핵사찰을 받아들였고, 이는 지난달 24일 한 달 연장했으나 이달 24일 종료를 앞두고 추가 연장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카젬 가리바바디 IAEA 주재 이란 대표는 "그간의 임시 합의는 오로지 이란의 선의에 의한 것"이라면서 "이란은 IAEA의 요구에 따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이미 지난 25일 당시 해당 사안을 "심각한 우려사항"이라고 평가하며 이란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IAEA 핵사찰 종료가 향후 어떤 여파로 이어질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후 2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블링컨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한 야이르 라피드 신임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정 복원 협상에 대해 일부 심각한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자회견이 아닌 직접적이고 전문적인 대화를 통해 이러한 의견 차이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협정 복원 협상에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미국 측에 별도의 자리를 만들자고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역내 최대 경쟁국으로 이란을 꼽고 있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물론 핵협정 복귀에도 반대하며 강력한 국제 제재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야이드 라피르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오른쪽).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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