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수 감평협회장 "서민 대상 주택 감정평가서비스 무료화…공공성 높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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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6-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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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데이터 활용 '자동가치산정모형' 출시 예정

  • 공공복지사업에 필요한 비용·시간 절감 기대

  • 감정평가 공정성 높일 제도 개선안 건의도

앞으로 감정평가서비스가 일정 금액 이하의 주택에 무료로 제공될 전망이다. 취임 3개월 차를 맞이한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장은 현재 개발 중인 자동가치산정모형(AVM)을 서민을 위한 공공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저소득층 대상 각종 정책자금지원과 공공주택 매입 등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양 회장은 감정평가 업무가 더욱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길수 감정평가협회장 [사진=감정평가협회 제공]

◇ 반백 년 맞는 감정평가업… 공적 책무·새 시장 개척 숙제
24일 만난 양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크게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 책무와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양 회장은 "감정평가사는 국민의 재산을 평가하고 가치를 매긴다는 점에서 굉장히 어깨가 무거운 직업"이라며 "협회로서 우리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면서 프롭테크(Proptech) 발전에 따른 경쟁에 대비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정평가 업무는 지난 1972년 '국토이용관리법'(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내년은 딱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역사적 순간을 앞둔 양 회장은 취임 후 첫 번째 행보로 한국부동산원과의 상생 협력 업무협약을 선택했다. 그동안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고 국민을 위한 동반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앞서 두 기관은 공시가격 산정 등 업무영역과 부동산원의 전 사명인 '한국감정원'의 당위성 여부 등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뜻밖의 빅딜이 성사된 배경을 묻자 양 회장은 "지난 4월 7일이었다. 혼자 동대구역에 내려 부동산원으로 갔는데 원장님과 부원장님이 환대를 해주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날 양 기관이 업역으로 다투는 모습은 국민께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서로의 이익보다는 국가적 문제 앞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협회원들도 이번 업무협약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양 회장은 "선거 때부터 부동산원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고, 62% 득표율로 당선됐다. 회원들도 그동안의 갈등에 피로감이 쌓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현재 주기적으로 부동산원과 협회 임원진이 회의하고 필요한 업무를 공유하는 중"이라며 "특히 부동산시장 안정과 질서유지라는 목표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 62만건 빅데이터로 업무 고도화·공공성 확대 노린다
이와 함께 그는 프롭테크를 활용한 감정평가서비스 고도화 및 공적 역할 확대 계획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전국 4200명의 감정평가사가 한 해에 62만건에 달하는 감정평가 빅데이터를 생산한다”며 “현재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가치산정모형(AVM)’을 개발 중이다. AVM 결과를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재검증하고 전문적인 판단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감정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복지사업에도 AVM을 활용할 생각”이라며 “아직 기준점을 정하지 못했으나, 일정 금액 이하의 주택에 대한 감정평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의 복지와 정책자금에 필요한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산업·무형·신흥 산업으로 물꼬
개척해야 할 업역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무형 지식재산, 토지에 대한 보상수탁업무, 리츠(REITs), 사업 타당성조사 등이다.

지금도 저작권과 산업재산권, 어업권, 자동차·건설기계·선박·항공기 등 산업자산, 유가증권 등을 평가하고 있지만, 많은 일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양 회장은 "특히 보상수탁업무의 경우 감정평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토부에 감정평가사도 보상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업역 조정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현재 회계법인 또는 컨설팅업체가 주로 수행하는 부동산개발사업 등의 사업성 평가도 전문적인 감정평가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주식처럼 부동산의 지분에 투자해서 수익을 보는 신흥 산업인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도 새 먹거리다. 현재로선 리츠 대상 물건에 대한 정기 평가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공신력 있는 가치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리츠 투자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려해 투자물건의 가치를 정확히 책정해서 투자 리스크를 줄여야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며 “외국의 경우 정기적으로 감정평가를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이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기대이익까지 반영돼 거래되는 부동산의 특성상 정확한 감정평가 없이 당시 시세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가치 하락으로 인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한 감정평가 이뤄져야
그는 한층 더 공정하고 정확한 가치평가를 위한 제도 개선도 건의했다. 현행법상 토지보상 과정에서 시행사와 토지주가 추천한 두 감정평가법인의 결과물로 보상금을 책정하는데, 중립 주체인 시·도지사 추천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회장은 “시·도지사 추천을 강행규정으로 바꿔서 가장 중립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감정평가법인이 아니라 협회에 추천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해관계인과 감정평가사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평가 결과물도 협회를 통해서 주고받게 해 독립성을 높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처럼 부동산 버블 경고가 있을 땐 감정평가 업무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라며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된 평가로 대출이 이뤄졌다가 나중에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등 금융권 부실화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사 업무의 중요성과 역할을 감정평가사뿐 아니라 국민께서 이해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대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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