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싸 이야기] 골프 캐디에서 헤지펀드 대부로…'가치 vs 성장' 달리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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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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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 달리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회장

최근 뉴욕증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치주(株)와 성장주 간 매력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로 경기민감주 등 가치주의 강세가 이어진다는 전망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일축에 성장주가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메모에서 가치주, 성장주 구분 없이 '질 좋고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여전히 저렴하게 거래되는 질 좋은 주식을 찾고 있다. 질 좋은 주식은 현금 창출 능력과 생산성이 좋고,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이하 브리지워터)의 운용자산구성표(포트폴리오)에는 어떤 종목들이 담겨있을까.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사진=AFP통신]


24일 유명 헤지펀드의 자산운용 현황 정보를 공유하는 헤지팔로(hedgefollow)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31일 기준) 브리지워터가 매수한 주요 종목 상위 5위권에는 △프록터앤드갬블(P&G) △월마트 △코카콜라 △로우스 △펩시코 등 주로 소비재, 건축자재 관련 경기민감주가 포함됐다.

특히 미국 2위 건축자재 업체인 로우스는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사들인 종목으로 29만1140주를 매수, 그 가치는 5537만 달러에 달했다. 다만 현재까지 수익률은 0.49%로, 매수 종목 톱(TOP)5 중 가장 낮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은 월마트의 4.3%였다.

매도 주요 종목 상위 5위권은 △SPD골드트러스트(GLD)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SPY' △아이셰어(Ishares) MSCI 신흥국 ETF 'EEM' △아이셰어 코어 S&P500 ETF 'IVV' △아이셰어 골드 트러스트 'IAU' 등이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IVV의 비중을 줄였다. 또 지난해 3분기에 매수했던 EEM의 비중도 축소했다. 

브리지워터의 수장인 레이 달리오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줄곧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이나 현금 대신 비(非)채권, 비달러 자산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가상(암호)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컨센서스 2021'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 국채보다 비트코인을 오히려 더 선호한다"며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금은 사실상 쓰레기에 가깝다"며 "(실질) 시장금리(채권수익률)도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리오 회장은 최근 카타르 경제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 도입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연준이 긴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나 역시 연준이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산의 듀레이션(만기)이 매우 길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민감한 시장과 경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연준이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해 채권 매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 부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로 채권수익률(시장금리)이 상승하는 상황에서의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등 연준의 긴축 행보는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게 될 것이고, 연준도 이를 우려해 섣불리 정책 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올해 1분기 주요 매수·매도 종목. [사진=헤지팔로우닷컴 갈무리] 

◆'주당 5달러' 찾던 12세 소년, 세계 최대 헤지펀드 수장되다
미국 뉴욕시 퀸즈의 잭슨하이츠에서 태어난 달리오 회장은 8살 때 롱아일랜드 근처 나소카운티(Nassau County)의 맨하셋(Manhasset)으로 이동했다. 맨해튼 재즈클럽에서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연주하는 재즈 음악가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잔디깎기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스스로 돈을 벌었다.

그러다 12살 때 집앞에 있는 링크골프클럽(Links Golf Club)에서 캐디 일을 하며 주식 등 금융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가 캐디로 있었던 링크골프클럽은 미국 금융가(Wall Street·월가)의 유명 투자자와 유명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골프 클럽이었다. 어린 달리오가 골프장 캐디로 일하던 1960년대는 미국 경제 성장이 두드러지던 시기로, 주식시장 역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부유층의 출입이 잦은 골프클럽은 주식과 관련한 각종 정보가 넘치는 곳이었다.

달리오 회장은 캐디 일을 하며 얻은 정보와 쌓은 인맥으로 주식 등 금융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그가 현재 이끄는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발판이 됐다.

당시 그가 캐디를 맡았던 사람들은 미국의 유명 무역회사 와그너(Wagner)의 도널드 스콧(Donald Stott), 월가 거물이던 조지 라이브(George Leib) 등이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사진=인베스팅닷컴 갈무리]


달리오 회장은 지난 2017년 미국 현지 매체와 대담(인터뷰)에서 "라이브 부부가 그들의 가족 만찬과 각종 휴일에 나를 초대했다. 라이브가 그들의 세계(월가)에 나를 데려가 준 것"이라며 어린 시절 골프클럽에서의 캐디 생활이 월가 진입의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달리오 회장과 라이브가의 인연은 그가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월가의 무역업자였던 라이브의 장남은 학생이던 달리오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 달리오의 주식 투자 자금 마련에 도움을 줬다. 또 그의 친구들은 달리오가 하버드대 재학 시절 설립한 브리지워터의 초기 투자자가 되기도 했다.

달리오 회장이 처음으로 산 주식은 노스이스트항공(Northeast Airlines)이다. 그는 캐디 등 시간제근무(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300달러라는 적은 금액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는 주당 5달러 미만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을 찾았고, 노스이스트항공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었다.

달리오 회장이 노스이스트항공 주식을 살 당시 회사의 재무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1972년 8월 노스이스트항공이 델타항공(Delta Airlines)에 인수·합병(M&A)되면서 투자액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주식 투자의 재미를 본 그는 투자 활동을 꾸준히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수천 달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달리오 회장은 대학 입학 후에도 주식 투자를 이어가다 낮은 위탁보증금율(Margin Requirements)의 상품 선물(Commodity Futures) 거래에 주목했다. 단순한 주식 투자보다 최소한의 투자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기회에 눈을 돌린 셈이다.

달리오 회장은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한 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창구직원(clerk)으로 근무했고, 1973년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해 금융을 공부했다. 하버드대에서 첫해를 보낸 그는 하버드 친구들과 함께 브리지워터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회사의 주 사업은 기업고객 자문과 국내외 환율 및 이자율 위험 관리였다. 하지만 이후 사업 전략을 전환해 맥도날드 등과 같은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경제적 자문을 제공했다.

당시 브리지워터의 자문서를 받았던 데이비드 모펫 전 프레디맥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읽은 것 중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장 잘 설명해 준 보고서"라고 극찬했다. 세계은행(WB)의 연금투자부문 최고운영담당자(CIO)는 브리지워터의 자문에 감탄하며 500만 달러의 채권 투자금을 맡겼다. 이를 계기로 브리지워터는 헤지펀드로 변화했고, 지난 2005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로 자리잡았다.

한편 브리지워터는 달리오 회장의 '올웨더(All Weather)' 투자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웨더'란 봄·여름·가을·겨울 등 모든 계절, 즉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투자 방법으로, 상관관계가 적은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변동성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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