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안 만나vs하메네이가 대화 상대"...이란-미국, 강대강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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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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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시, 바이든 회담 의사 질문에 2차례나 "아니오"...핵 협상은 그대로

  • 국가 원수 아닌 라이시, 원래 바이든 못 만나...美백악관, 은근한 신경전

8년 만에 이란의 강경파 정권 복귀가 확정된 가운데, 이란과 미국이 강대강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 핵합의(JCPOA) 개정 협상 중인 양측이 제재 해제와 핵무기 생산 동결의 선후를 놓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자는 향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날 생각이 없으며, 핵합의 개정을 위해 미국이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당선을 확정한 라이시는 이날 처음으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지난 18일 진행된 제8대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는 62%의 득표율로 당선했으며, 오는 8월 중순 4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자.[사진=UPI·연합뉴스]

라이시, 바이든 회담 의사 질문에 2차례나 "아니오"...핵협상은 그대로  

이날 라이시 당선자는 자신의 당선이 모든 이란인의 단결 결과이며 이슬람 공화국의 건국자인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온건 성향의 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자국에 산적한 각종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부패와 빈곤, 차별에 맞서 싸울 권한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후 라이시 당선자는 향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아니오"라면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라이시 당선자는 "이란은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면서 "우리(이란)는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는 협상을 지지하며, 미국은 즉시 협정(이란핵협정)에 복귀하고 기존 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전 합의를 준수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길 원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미국이 먼저 제재를 해제해 정직함과 선의를 보여야 하며, 개정 협상에 참석 중인 이란 대표단 역시 향후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체결한 이란핵협정이 무력화된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고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자국에 대한 국제제재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이란의 공식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이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이란핵협정에 반대를 표해오면서 지난 2018년 일방적으로 이를 탈퇴하고 독자 제재를 발효한 상태다. 반면, 미국의 이란핵협정 복귀를 지지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관계국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제재를 해제하진 않았다.

이에 취재진은 미국이 모든 제재를 철회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는지 다시 묻자 라이시 당선자는 이번에도 "아니오'라고 답하며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라이시 당선자는 향후 이란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는 이웃국인 걸프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개선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에 대한 개입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이란핵협정의 중요도가 비교적 뒤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라이시 당선자는 이란이 2015년 체결한 기존의 핵협정을 떠나거나 현재 빈에서 진행 중인 회담을 중단하는 것을 허용하진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한 이란핵협정(JCPOA) 개정 협상 모습. 협상 참석국은 현재 협정에 가입한 이란,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영국이다. 협정에 탈퇴한 상태인 미국은 공식 협상장에는 입장하지 못하고 인근 호텔에 머물며 간접적으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신화·연합뉴스]

 
"라이시, 원래 바이든 못 만나"...美백악관, 은근한 신경전

한편, 미국 백악관은 라이시 당선자의 기자회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고 밝힌 그의 답변에는 응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언론 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리(미국)은 현재 이란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양국이 지도자 수준에서 서로 만날 계획도 없다"면서 "따라서 이 지점에서 실제로 어떤 점(입장)이 변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우리(미국)의 기본적인 관점은 이란의 결정권자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라는 점"이라면서 "이는 (이란의 대통령) 선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에 대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화 상대는 대통령급이 아닌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라는 점을 암시해 라이시 당선자의 발언에 응수한 것이다.

실제,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독자적인 신정(神政·Theocracy)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은 행정·사법·입법부의 삼권 분립을 유지하고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정을 총괄하긴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권과 국가 원수의 지위는 '라흐바르(아야톨라)'로 불리는 이슬람교 성직자 출신 최고지도자에게 있다.

지난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제6차 이란핵협정 개정 협상은 개회 직후 각국 대표단이 본국과의 조율을 이유로 일시 중단했으며 아직 7차 협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정권으로의 교체가 확정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란핵협정 협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합의 타결에는 결정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8일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과 포린폴리시, 알자지라 등은 "우리(현 로하니 이란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을 토대로 오는 8월 이전에 핵협정 개정 합의를 타결하는 것이 하메네이의 뜻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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