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곳곳서 허점 노출…갭매우기 나선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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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6-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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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양한 혼란과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이다. 또 징벌적 책임으로 기업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바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는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4년부터 시행된다.

산업계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1년이란 적용 유예기간을 뒀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오너가 사임하는가 하면, 사업장 인근 시민재해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등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한 법 적용에 관해 경제단체와의 시각차도 아직 존재해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단체들은 현재 보완 입법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 버스 참사로 건설현장 시민재해도 중대재해처벌법 포함 개정안 진행

이달 광주광역시에서 해체건물의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법의 강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까지 시행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관련 규정 개정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은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산재예방TF단장인 김영배 의원은 광주 건축물 붕괴 참사와 같은 건축물 해체공사로 인한 재해를 중대재해의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17일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사고는 명백한 중대시민재해지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 정의에 미비한 점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재해예방 의무 및 재해발생 시 법적 책임을 지는 중대시민재해의 범위에 △건축물 해체공사를 포함한 건설공사 현장에서의 안전관리 △유해위험 방지조치 결함을 원인으로 한 중대재해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즉 건설현장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의무, 재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이행 조치를 각각 의무화 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와 유해위험 방지조치를 하지 않아 1명 이상의 일반 시민이 사망한 경우 사업주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또한 동일 사고로 10명 이상의 일반 시민에게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발생시킨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해당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법인 등에도 최대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정의당도 중대재해법의 강화를 주장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당 중대재해특별본부는 21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예방과 실천과제-중대재해처벌법 한계와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시행령 제정 시 보완할 내용과 제정법 개정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강은미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평택항 청년노동자 죽음과 광주 건물 붕괴 참사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났다"라며 "경영계가 입법로비에 전력을 다할 것이 아니라 다단계 고용구조와 노동안전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경영책임자 범위를 명확히 하고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등 법 적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 개정을 위해 당내 중대재특별본부, 노동자·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김범석 의장이 돌연 직위 사임 후 미국행, 중대재해처벌법 구멍?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앞두고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사퇴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국내 직책에서 사임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사임을 할 수 있지만 미묘한 시기 탓에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에서 기록적 불이 났다.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도 컸지만, 인명피해도 있었다.

김 의장은 불이 난 지 5시간 뒤에 쿠팡 국내 법인 의장·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다만 쿠팡은 이 건에 관해 지난달 말에 확정된 내용을 단지 발표가 늦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화재 사고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이다. 다만 사고의 수습 이전에 급작스럽게 사퇴한 것을 두고 여론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이와 더불어 쿠팡의 배달원이 최근 과로사로 숨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이 역시 국내 직책 사퇴를 통한 중대재해법 회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장은 지난해 과로사 문제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기도 했다. 이미 여론의 관심이 큰 사안이고 몇 번이나 논란이 됐지만 결국 산업재해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법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김 의장에게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의 처벌은 없지만, 기업의 도덕성에 실망감을 느낀 회원들의 탈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쿠팡 측은 화재 진압당시 목숨을 잃은 구조대장의 유족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쿠팡 불매운동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소방활동을 위한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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