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10년새 GDP 4배로" 산둥성 소도시 '로켓성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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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6-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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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나무 관, 목재가구, 의류 등 수출 '날개'

  • 전자상거래 활발…'타오바오촌'만 151곳

  • 1인당 소득 10만 위안…상하이·베이징도 추월

[그래픽=김효곤 기자]



“내 사랑, 산둥성 허쩌시 차오현. 쩐다 쩔어!(山東菏澤曹縣牛逼, 666, 我的寶貝)”

중국 왕훙(網紅·인플루언서) 다숴(大碩)가 최근 중국 쇼트클립(짧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틱톡 중국 버전)에서 경쾌한 비트 반주에 맞춰 디제잉하며 산둥(山東)성 허쩌(菏澤)시 차오(曹)현을 소개했다. 차오현이 고향인 다숴가 산둥성 고유 사투리로 선보인 이 짧은 동영상은 순식간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영상 재생 건수만 현재까지 6억5000만건이 넘었다.

“차오현에 잘 수 있는 침대 하나만 있으면 상하이 집 한 채 안 부럽다”, “중국 4대 1선 도시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그리고 차오현이다”, “우주의 중심, 차오현”이란 말까지. 중국에서 차오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전국 각지 언론매체, 왕훙, 관광객들이 차오현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5월 중순 차오현 최고급 호텔은 이미 예약이 꽉 찼을 정도다. 현지 정부는 취재진 접대를 위한 전문 소조도 꾸렸다. 허우정량 차오현 다지(大集)진 진장(鎮長·우리나라 읍장)은 지난달 중순 하루에 20여개 매체 기자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고 한다.

총면적 1969㎢, 인구 175만명의 소도시 차오현이 최근 중국 지도부가 추진하는 탈빈곤, 농촌진흥 전략과 맞물려 중국 현급 중소 도시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차오현의 인기는 중국 현(縣)급 지역경제 구조조정의 전형적 모델이라며 전통산업의 업그레이드, 도시로 떠난 인재들의 귀향,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산둥성 허쩌시 차오현 전경[사진=웨이보]


◆10년 새 GDP 4배로··· '빈곤 縣'에서 '부자 縣'으로 

사실 차오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빈곤 현(縣) 명단에 포함됐을 정도로 산둥성의 가난한 시골 소도시였다. 대다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났다.

차오현 출신 작가 웨이신(魏新)은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이곳을 떠나기 위함이었다. 지난 10여년간 고향에 가면 마치 시공이 멈춰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외부 세계는 나날이 급변하는데 고향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 허름하고 지저분한 골목 거리였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차오현은 최근 10년 새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지역 GDP는 2010년 122억 위안에서 2020년 463억8000만 위안(약 8조원)까지 10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산둥성 136개 현급 도시 순위도 108위에서 5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인당 GDP는 3만2000위안(약 5000달러) 수준이다.

차오현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삼두마차는 관(棺), 의류, 그리고 전자상거래다. 특히 관영 신화통신은 현지 자원을 활용해 특색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시장 수요를 포착하고,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1위 화장률' 일본인 90% 선택한 '차오현 오동나무 관'

차오현 시내 중심가에서 한 시간 거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좡자이(莊寨)진. 오동나무 서식지로 유명한 이곳은 중국 최대 오동나무 목재 가공 생산지다. 특히 이곳에서 제작된 오동나무 관은 현재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통풍이 잘 되어 불에 잘 탄다. 그래서 화장용 관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화장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일본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선택한 이유다. 2017년 일본 도쿄 현지 방송국은 일본인의 90%가 차오현에서 만든 오동나무 관을 화장용 관으로 선택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차오현에서는 오동나무 관 뿐만 아니라 목재 가구, 술이나 차 전문 상자 등도 제조한다. 중국 현지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좡자이진 농가 80%는 목재업에 종사하고 있다. 목재가공업체만 2500여곳, 목재가공업 종사자만 6만명이 넘는다.

좡자이진의 연간 경제 생산액은 500억 위안으로, 웬만한 중국 중부지역 현급 소도시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 중국 신경보는 좡자이진 소개 자료를 인용, 좡자이진에서 1년간 가공하는 목재량만 300만㎥에 달한다고 했다. 목재를 축구장 넓이로 차곡차곡 위로 쌓으면 그 높이가 상하이 진마오빌딩(420m)에 달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목재업이 활기를 띠면서 이곳의 대다수 관 제작 기업인의 자녀들은 가업을 이어받으려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무역을 전공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공연의상에서 '漢服'으로" 발빠른 산업 구조조정 

중국 산둥성 차오현 다지진 공연의상 제조업체[사진=웨이보]


오동나무 관 제작이 활기를 띠면서 현지에선 장례용품을 만드는 업체도 늘어났다. 특히 시신에 입히는 수의(壽衣) 제조업체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의류 방직 산업이 발달했다. 오늘날 차오현은 중국 최대 공연의상 생산지로 떠올랐다.

차오현의 다지(大集)진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자수, 보조재, 단추, 신발, 의류까지 아예 하나의 완비된 공연의상 산업체인을 형성했다. 의류 가공업체만 600여곳에 달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종 공연이 취소되면서 다지진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새롭게 눈을 돌린 게 한푸(漢服)다. 최근 중국에서는 복고 열풍이 불면서 한(漢)족의 전통의상인 한푸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한푸와 공연의상은 설계·제조 과정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다지진의 대다수 업체들은 한푸를 같이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국 전체 한푸의 3분의1이 다지진에서 만들어진다. 량후이민 차오현 현장이 직접 인터넷 생방송(라이브스트리밍)으로 한푸를 판매해 30분 만에 3000벌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리타오 다지진 당 서기는 “2019년에만 해도 매출액이 70억 위안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출액이 40억 위안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한푸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한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 매출은 100억 위안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로 먹고사는 부자동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발달은 차오현 경제 발전의 일등공신이 돼 줬다.

현재 차오현 산하엔 모두 151개 타오바오촌이 소재해 있다. 타오바오촌은 대다수 주민들이 알리바바의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타오바오몰에 온라인상점을 개설해 전자상거래로 물건을 팔아 먹고사는 동네다. 보도에 따르면 차오현에 소재한 전자상거래 기업만 4000여곳, 온라인상점만 6만여개다. 연매출이 1000만 위안, 심지어 1억 위안이 넘는 중견기업도 소재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발표한 2020년 타오바오 100대 현급 도시 명단에 차오현은 중국 최대 잡화기지로 불리는 저장성 이우에 이어 2위에 올랐을 정도다.

현지 정부도 전자상거래발전 판공실을 만들고, 택배차량이 다닐 도로 아스팔트를 깔고, 전력 인터넷망을 깔아 인프라를 지원하는 한편, 타오바오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들의 입주를 장려했다.

덕분에 차오현에서 만든 공연의상이나 한푸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전국적으로 팔려 나갈 수 있었다.

특히 다지진 산하 32개 마을은 모두 알리바바 타오바오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마을에서 타오바오몰에 입주한 업주만 1만8000여명이다. 다지진은 매년 타오바오몰에서 창출되는 공연의상 주문의 70%를 수주하고 있다.

◆336개 가구 모여 사는 '딩러우촌'··· 1인당 평균소득 상하이보다 많아

다지진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마을은 딩러우촌(丁楼村)이다. 이곳 마을 주민의 90%가 타오바오 전자상거래에 종사하고 있다. 연간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2억 위안 이상으로, 싱가포르·프랑스·브라질 등으로 제품을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경제주간은 평일 오후 4시만 되면 이 조그만 시골 마을의 도로가 각 집앞 마당마다 쌓여 있는 택배 상자를 수거하기 위한 택배차량들로 정체 현상을 빚는다고 보도했다.

이 마을에 소재한 택배회사만 27개. 위안퉁, 순펑, 윈다 등 중국 대형 택배업체가 모두 딩러우촌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우정국(우체국)과 윈다택배는 대형 물류센터도 지었다. 하루 평균 택배 처리량만 3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리스핀(梨視頻)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차오현 딩러우촌의 1인당 소득은 10만 위안에 달했다. 같은 기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 도시도 뛰어넘었다. 이곳 마을 336개 가구가 보유한 자가용만 350대로, 호화차량도 상당수라고 한다.

◆귀향하는 청년들··· 창업·취업시장 활성화

최근엔 차오현을 떠났던 사람들도 ‘귀향’하고 있다. 한때 현지 노동력 60%가 외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다지진은 현재까지 700여명의 대학생, 7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취업 혹은 창업하고 있다. 푸젠성, 장시성 등 타지 출신 젊은 청년들도 벼락부자를 꿈꾸며 이곳으로 오고 있다.

현지 정부도 인재 유치를 위한 우대책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차오현 현지 농상은행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게 30만 위안(학사), 50만 위안(석사), 100만 위안(박사)까지 무담보 대출을 지원해준다. 주택 구매나 창업 자금으로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농촌진흥' 전략 속 1636개 현급 소도시의 '미래 축소판'

차오현은 중국 전국의 1636개 현급 중소도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현급 도시의 경제 발전은 중국 지도부가 추진하는 농촌 진흥 발전과 내수 진작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중국은 올해 당중앙 제1호 문건 제목도 농촌진흥과 농업·농촌 현대화의 전면적 추진에 대한 의견이었다. 의견에서 '현 지역(县域)'만 15차례 언급됐다. 특히 현 지역 내 도시와 농촌의 융합발전을 강조했다.

중국 싸이디컨설팅에 따르면 중국의 경쟁력 있는 100대 현(縣)급 중소도시는 중국 전국 토지의 2%, 인구의 7%,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급 도시 경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루밍 중국 푸단대 발전정책연구중심 주임은 저서 ‘대국대성(大國大城)’에서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소수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가 고도로 집중된 건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현급 도시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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