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바람 잘 날 없는 한국...中 전랑외교·日 과거사 분쟁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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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6-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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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정의용에 "옳고 그름 구별하라"

  • 강창일 日대사 "징용 해법 12가지​↑"

한국 외교 당국이 이웃 국가 중·일과의 끊이지 않는 분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다.

한국은 최근 미·중 갈등 속 한·중 관계 관리에 진땀을 빼는 한편, 일본과는 일제강점기 징용피해 배상 문제와 독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계속해 부딪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심화하는 中 '전랑외교'...韓 향해 "옳고 그름 구분하라"

외교가에서는 11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영국 콘월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한·중 관계에 주목한다. 이번 G7 정상회의가 국제사회의 대중(對中) '성토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이번 G7 회의 참여국들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D10'이라는 민주주의 가치 공유 국가연합이 새롭게 출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중 압박 수단 중 하나로 D10 구성을 언급해 왔는데, 이 경우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국제 질서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점차 커지면서 중국 역시 기존의 '전랑외교(戰狼外交)'를 더욱 강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랑외교란 중국의 국익을 국제사회에 관철하기 위한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가리킨다. '전랑(늑대전사)'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유래했다.

중국의 전랑외교 대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최근 있었던 한·중 외교장관 전화 통화에 잘 드러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저녁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왕 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냉전 정신과 집단 대결로 가득 차 있어 지역 평화·안정·발전의 전반적인 상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비난하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장관에게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중국과 한국은 옳고 그름을 파악하고, 올바른 입장을 고수하고, 정치적 합의를 따르고, 리듬에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을 보도자료에 담지 않고 "정 장관은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에 있어 미·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바,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만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통화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양쪽 발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발표 문안을 상의해서 (배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연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중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며, 한국이 중국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싱 대사는 "(미국이) 작은 글로벌을 만들어서 중국을 포위하거나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실은 중국을 대항하는 전략"이라며 "중·한 관계는 그 영향을 받지 말고 좋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중 갈등 속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취급되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배려해 줬으면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지난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징용 문제 해법 12개 넘는다지만...한·일관계 '악화일로'

과거사 갈등으로 꼬인 한·일 관계는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양국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관계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갈등 요소만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일은 최근 국내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징용 판결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는 지난 7일 오후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과 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으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서 원고 패소 판결과 동일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30일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 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어서 논란이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한국 재판부의 일관되지 못한 판결로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는 이날 공개된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의 최대 현안인 징용 피해자 소송을 언급, 한국 측이 고려하는 해결책에 대해 "밝힐 순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12가지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대사는 일본 정부가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우선 한국과의 대화에 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과 대중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멜리사 돌턴 미국 국방부 전략·기획·역량 담당 차관보 대행은 10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과 가진 우리의 공식 관계는 지역 안보와 안정에 중요하고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해 중요한 억지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3국 정상은 이번 회의 기간 정식 회의보다 '풀 어사이드(pull aside)' 방식의 비공식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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