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유통 담합? 백신 특수성 고려 않는 정책에 보건 안보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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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1-06-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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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십자·유한양행 등 6개 업체 '백신 유통 담합' 혐의로 재판 중

  • 업계 측 "백신 유통 특수성 작용…이득 목적 입찰 담합 아니다"

  • 전문가 "백신은 보건 안보 전략 물자…담합으로 매도 아쉽다"

30세 이상 예비군·민방위 등에 대한 코로나19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경남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보건 안보에서 백신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제약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백신 입찰 담합'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SK디스커버리·GC녹십자 등 6개 업체는 지난 2016~2019년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에서 들러리 업체를 끼는 방식으로 사업을 따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백신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백신 산업이 위축되면서 결국 백신 주권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10일 제약업계와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디스커버리·보령바이오파마·GC녹십자·유한양행·광동제약·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제약업체 6곳과 각 업체 백신 담당 임직원 7명에 대한 1차 공판이 지난달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이후 수사에 착수, 한국백신 등 제약업체들이 조달청에 백신을 공급하는 NIP를 진행하면서 물량과 가격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정황을 파악했다.

1차 공판에서 각 업체 측 변호인들은 도매업체를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시켰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낙찰자나 낙찰가격을 사전 결정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반적인 입찰 담합 사례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처럼 사법부와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코로나19로 백신 산업이 보건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백신 유통은 유통 메커니즘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벤처 기업이나 개발자들이 확대되면 좋겠지만, 예방접종 백신 자체가 돈이 되는 시장이 아니다 보니, 백신을 생산·연구·유통하는 기업들이 아주 제한적이다. 따라서 제한적인 시장 구조 아래 유통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이 맥락에서 재판 중인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백신 시장의 메커니즘에 기반해 취약한 유통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업계 관점에선 담합이 아니더라도 외부에선 담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부각된다면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쪽에 같이 녹아들어서, 탄력적으로 치료와 예방을 함께 활용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전문가는 "백신은 국가 필수 공공재이자 질병과의 전쟁에서 필요한 전략 물자"라며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담합이라고 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재판 중인 제약업체의 한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문제가 됐던 백신들은 자체 생산 백신이 아니라 수입해서 판매하던 백신인데 문제는 단일 품목이다 보니 입찰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격을 조절한 부분이 있었다"며 "낙찰가를 사전에 결정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반적인 입찰 담합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담합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6개 업체의 일련의 행위들이 실제 담합 행위로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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